|
15일 행정안전부가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경찰 내부망인 ‘폴넷’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청 입장문에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수십개 댓글을 달았다가 스스로 삭제하는 방식의 ‘댓글 삭제 릴레이’로 항의 표현을 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주요정책사항에 대해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휘규칙안을 놓고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글이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14만 경찰관들이 아우성을 쳐도 눈 하나 깜짝 안 한 결과물”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실질적 경찰수장 격”이라고 썼다.
이 밖에도 “경찰을 위한 개선 방안이면 일선 경찰 의견도 반영했어야”, “노예 계약”, “지휘부는 뭐하고 있었느냐” 등 항의가 잇따랐다.
경찰청은 ‘경찰제도개선 이행방안에 대한 경찰청 입장’을 통해 “책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성원을 경찰관으로 배치하고 업무범위도 장관의 법령상 권한 행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해 경찰행정의 독자성을 확보했다”며 “행안부 장관의 지휘규칙은 경찰 수사나 감찰 등에 대한 사항은 제외해 경찰의 중립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규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장 동료의 바람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실행단계에서 국민과 경찰 동료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저지를 위해 일선 경찰들은 ‘집단행동’을 이어갔지만, 이날 결국 행안부가 경찰국 출범을 내달 2일 자로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힘이 빠진 모습이다. 경찰청이 행안부의 전신인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한 1991년 이후 31년 만에 경찰업무조직이 신설되면서 과거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단식과 삭발 투쟁에 이어 삼보일배와 기도회까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발표 전날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던 직협의 움직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직협 관계자는 “오늘 입장발표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이번주에 논의하고 다음주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협 측은 이날 행안부 발표 내용이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에 위배되는지 검토하면서 국가경찰위원회나 직협 측에서 가처분 신청 등이 가능한지를 살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취임 전 조직 내부 수습의 분수령을 맞게 됐다. 윤 후보자는 오는 21일 경찰청에서 직협 대표단 19명과 간담회를 열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직협 측에서 경찰국이 신설된다면 윤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해 항의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던 터라 이번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 경찰제도개선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교환할지 주목된다.
한편 정부의 경찰국 신설 계획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법조인 출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개월 전 취임과 동시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하는 경찰 통제안 마련에 나섰다. 이 장관이 출범시킨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4차례 회의 끝에 나온 권고안 주요 내용을 받아들여 지난달 27일 경찰국 신설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18일 만인 이날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