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 등록 2004-05-19 오후 5:01:19

    수정 2004-05-19 오후 5:01:19

[edaily 박동석기자]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이 요즘 화제입니다. 국민연금 수급체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이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며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미래의 문제로만 알았던 연금수급 부실화가 어느덧 현실의 문제로 성큼 다가온 셈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연금문제가 결국에는 세대간 갈등으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경제부 박동석 기자가 고령화 사회 초입에 접어든 우리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19일 모처럼 날씨도 화창하고 주식시장도 벌겋게 달아오른 날, 충격적인 보고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조세연구원에서 매달 펴내는 ‘재정포럼’5월호에 실린 것인데요, 제목이 ‘인구구조 고령화의 재정 영향’이었습니다. 보고서 내용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앞으로 여성들이 아이를 잘 낳지 않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고령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된다면 노인 복지나 건강보험, 국민연금에 투입되어야 할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란 예측입니다. 이 보고서를 쓴 최준욱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등 공적연금, 노인복지, 교육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출이 급증하면서 국민총생산(GDP) 대비 총 공공지출 규모가 현재 24.9%에서 2050년에는 36.8%∼39.9%로 높아지고 2070년에는 40% 전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래서 나라살림인 재정은 얼마안가 적자의 늪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혹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부족분을 채우면 될 게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고령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사회문화적으로 나타나는 장기적인 트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국가가 빚증서를 계속 발행할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정부가 이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세출이 늘어나는 만큼 세입을 늘리는 일이지요. 쉽게 말해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입니다. 보고서가 추정해 놓은 것을 보면 이 경우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2043~2047년쯤에 가면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으로 내는 돈이 월 소득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부담에서 역시 다달이 내는 소득세는 제외됐다는 것입니다. 누구나가 믿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전하는 메시지를 ‘겁주는 것이겠지’하면서 그냥 흘려 들을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해보면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훨씬 높아 보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2%로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에 이미 진입했습니다. 그로부터 19년후인 2019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65세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이상)로 들어선다는 전망입니다. 프랑스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리고 이웃 일본도 24년이 걸렸음을 고려해 보면 19년이란 기간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령화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것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에야 도입됐고 노인복지 인프라도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입니다. 이쯤이면 가까운 장래에 내 어깨위로 떨어질 부담의 정도가 얼마나 무거워질 지 가늠할 수 있겠지요. 국민부담이 엄청 늘어 허리가 꺾어지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 뒤에는 더 큰 재앙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눈덩이 처럼 늘어날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을 다 누가 내느냐를 놓고 벌어질 문제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부양받아야 할 노인인구가 많아지게 되면 세금을 내는 주체인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발할 게 뻔합니다. 반대로 노인층들은 더 많은 빵을 요구하겠지요. 흔히 말하는 세대간 갈등 또는 충돌 입니다. 보고서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세대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의 불안과 혼란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금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 세대와 연금을 받는 노인계층 간의 갈등은 이미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사회불안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을 혼돈에 빠뜨린 파업사태도 따지고 보면 연금 부담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의 단면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960년대 학원봉기가 발생한 이래 최악의 폭동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세계적 시사잡지인 ‘뉴스위크’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노·장세대간에 세금의 분배를 놓고 벌어질 많은 투쟁의 첫 단계’라고 정의했더군요. 함부르크의 홍보컨설턴트라고 밝힌 샤르펠트라는 사람은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세대는 엉망이 된 제도를 고스란히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눈치가 보여 입밖에도 내지 못할 말들이 이젠 스스럼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자꾸만 연금을 많이 내라고 하니까 ‘이젠 아래 위도 다 필요없다’는 얘기겠지요. 그렇습니다. 옛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돈 문제에 관한 한 부자(父子)관계도 무색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세금과 연금 부담에 등허리가 휘어가는 유럽의 젊은이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얼마전에는 독일의 젊은이들이 정부의 연금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미래세대 권리재단’이라는 단체도 설립했다는군요. 바다 건너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젊은층이 대다수인 네티즌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부담하는 게 부당하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잘못 짜여져 노후의 버팀목이 되기는 커녕 손해만 볼 것이란 얘기죠. 한 마디로 내기 싫다는 말입니다. 연령대로 따지면 반대편에 있는 대한노인회는 만약에 정부가 노인복지 예산을 전체 예산의 0.37%에서 2%선으로 올리지 않으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인 데모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부담을 거부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더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세대간 갈등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4.15총선전에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은 “60,70대 어르신들은 투표하러 나오실 필요 없고 집에서 쉬시라”고 해서 세대간 갈등에 불을 지폈습니다. 최 연구위원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식 자산을 늘려야 하고 교육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준비가 시급하다는 뜻이겠지요. 이렇듯 재앙이 올 게 뻔한데, 또 그것을 막기 위해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요즘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나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하는 일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성장이네 분배네 혹은 개혁이네 하는 말잔치가 그저 공허하게만 들립니다. 나눠줄 것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분배하겠다는 것인지 나눠만 주면 성장이 가능한 것인지 영 분간이 안갑니다. 더욱이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기를 동시에 잡기가 그렇게 쉬운 것인 지도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세대간 갈등에 따른 혼란과 광풍없이 한 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하기 위해 정작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싸움보다는 실천이 아닐까요. 중국은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성장이 가능한 시기가 앞으로 20년정도밖에 안남았다며 전력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시간 낭비만 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러다가 중국에 따라 잡히는 시간만 재촉하는 게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제발 기업규제 완화를 어떻게 하겠다든지 보육정책을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든지 손에 잡히는 정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겐 정말 노닥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눈 앞의 이해관계보다는 세대를 뛰어넘는 폭넓은 안목과 20~30년 앞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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