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 실세 이름 '줄줄이'
이국철 회장은 22일 SLS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재민 전 차관이 여권 실세와 기자들에게 주겠다며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 2008년 추석와 2009년 설 때 청와대 L비서와 K수석, 기자들에게 주겠다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5,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아갔지만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수행비서를 했던 L비서관은 현재는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실에서 근무중이고 K수석은 대통령 모 직속위원회의 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또 현정부 실세 차관으로 불렸던 P차관이 국무총리실에 재직할 당시 총리 보좌를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400만~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P차관이 일본 출장을 가는데 밥을 사고 술을 사라고 국무총리실에서 회사 쪽으로 먼저 연락이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나는 P차관을 몰랐고 회사에도 P차관을 안다는 사람이 없었지만 '현 정권 실세'라고 했고...우리 회사 일본법인에서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신 전 차관과 K수석, P차관은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K수석은 "나는 이 회장을 전혀 모른다"며 "신 차관에게도 물어봤는데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P차관도 "나는 이 회장을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며 "총리 수행을 위해서 일본을 2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지만 당시 일본에서 이 회장을 만난 사실도 없고 접대를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신 전 차관의 요청으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였던 안국포럼의 지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건넸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이)포럼 생활도 해야 하고, 급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급여가 없다고 말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경비도 좀 써야 한다고 하기에 얼마 필요하냐고 (신 전 차관에게) 물으니 '1장'이라고 해서 줬다"고 설명했다.
◈ 왜 폭로했나?
신 전 차관에게 돈을 줬다는 폭로를 한 배경에 대해서 이 회장은 "청와대에 진실을 밝혀 달라는 메시지"라며 이번 폭로의 칼끝이 신 전 차관이 아닌 청와대로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2조4,000억원짜리 SLS조선이 왜 이렇게 됐는지 그에 대해 진실을 밝혀 달라"며 "이번 사건으로 임직원 가족이 암에 걸리고 임직원 가족 2만 여 명이 길거리에 나앉고, 다른 수사기관에서 지금도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청와대의) 반응이 없으면 또 밝히겠다"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 회장은 2006년 경남 통영 소재 신아조선 등을 인수한 뒤 철도ㆍ조선사업을 중심으로 SLS그룹을 2009년 매출 1조원 규모의 중견 그룹으로 키웠다.
그러나 2009년 경기 침체로 조선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지난해 이 회장은 진의장 전 통영시장에게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 회장은 정부가 회사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등 경영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회사 임직원 2만여 명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밝혀왔다.
기자 회견 내내 신 전 차관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지만 이 회장은 "형님(신 전 차관)과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검찰에 고발할 입장도 아니다"라면서도 "신 차관 부분에 대해서 (폭로한 것은) 상당히 가슴이 아프지만 내가 열린우리당과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SLS를 풍비박산 낸 진실을 밝히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