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은 전 세계 3위, 국내 1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황금알 매장’ 소공점과 잠실점의 재인가를 코앞에 두고 불거진 경영권 분쟁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뿐만 아니라 그룹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특히 기업의 ‘국적 논란’은 국가 허가산업인 면세점 재승인에 치명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오는 9월 롯데면세점 재인가를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잠실점의 특허가 올 연말 만료돼 다시 공개 입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소공점과 잠실점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공점은 연매출이 2조원에 달하는 알짜배기 중의 알짜배기 점포다. 지난해 1조976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한해 총매출인 4조3502억원의 45.4%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3조9500억원의 절반가량이 이 매장 한 곳에서 나왔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실리’와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카드다.
롯데면세점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호텔롯데가 관리, 운영한다. 호텔롯데의 경우 지난해 255억원 가량의 배당금 중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사 등 일본기업에 약 250억원을 배당했다. 호텔롯데의 매출 80%는 시내 면세점에서 나온다. 9월 면세점 수성전에서 롯데가 연 매출 2조원에 달하는 소공점을 놓칠 경우 일본 주주들의 반발을 비롯해 그룹 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기존사업자인 롯데에 유리하게 흘렀다.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10년 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가 5년 만에 경쟁 입찰로 바뀌었지만 사업의 연계성과 고용안정성 등을 고려하면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가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격에 나선 지난 일주일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혼란 상황이 지속되며 그룹이 추진 중인 여러 핵심 사업에 차질이 예상됐지만 면세점은 국가 허가산업이라는 특성상 더더욱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일본기업이 한국 롯데 상위에 있는 지배구조는 롯데면세점 재인가에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기’도 좋지 못하다고 봤다. 오는 15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관련 행사가 줄을 잇는 등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회사의 공식 문서조차도 일본어로 작성한다는 사실 등이 알려진 것은 그룹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지난달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2차 면세점 대전에 나설 경우 롯데그룹으로서는 더욱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