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네거티브전을 벌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만나는 원팀 행보를 이어갔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 역대 전례 없는 고소전을 벌일 정도로 극한 갈등을 겪었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컸다. 겉으로는 내년 총선을 위해 원팀으로 함께 갈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지만 속내는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전당대회 부정 선거 문제 제기, 특위 위원장 고사 등 행보를 감안하면 아직 앙금이 풀리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 일식집에서 황 전 대표와 오찬을 진행했다. 전날 안 의원과도 국회 인근 한 카페에서 회동을 가졌다. 당대표 취임 일주일도 안돼 외부 공식 일정으로 당권 경쟁 과정에서 큰 갈등을 겪었던 후보들을 만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연쇄 회동은 김 대표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만남 이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원팀으로 힘을 합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김 대표는 황 전 대표와 오찬에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민생 문제 해결, 정당 가치 회복 등에 의견을 같이 하며 앞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당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하우스 카페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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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울산 땅 투기 의혹,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김기현 후보 지지 단톡방 참여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며 당대표 후보직 사퇴를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당시 경찰에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안 의원과 황 전 대표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또 안 의원 역시 김 대표를 노골적으로 도와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공수처에 고발하는 등 전당대회를 고발전으로 얼룩지게 했다.
현 집권여당 지도부의 최대 과제인 내년 총선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의원은 전날 김 대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당심 100%로 뽑았지만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히는 것”이라며 “정말 당의 역할이 중요하고, 제대로 된 민심을 용산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가장 관건인 수도권 총선 승리에 대해서는 “민생을 반영 못하는 정부는 항상 실패했다. 대통령과 민심이 떨어져 있을 땐 그 점을 지적하고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자리에서 김 대표는 안 의원에게 과학기술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 해당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갖고 싶다”며 이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대표도 김 대표와의 협력과는 별도로 본경선 투표의 조작 가능성을 문제삼으며 해당 의혹에 대해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당대회 투표가 모바일 및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치러졌는데 실시간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 투표인 수가 특정 시간대에 똑같은 숫자로 연달아 끊어졌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한 경선에 맞지 않는 이상한 투표결과가 나와 이를 검토 중에 있다. 모든 검증이 끝나면 자세한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선 “불법이나 잘못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충분히 문제 제기했으니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와 만나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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