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세계 주요 금융기관 14곳이 원자력 에너지 지원을 약속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업계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설립을 위한 자금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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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에 존 포데스타 미 기후 특사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씨티, 모건스탠리, 골드만 삭스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원전 관련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기후 협상 목표를 지지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COP28에서 한국·미국·일본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3배로 늘리기로 결의했다. 이 행사에는 아부다비 상업은행(ADCB), 아레스 매니지먼트, 블룩필드, 크레디 아그리콜 CIB, 구겐하임 증권, 로스차일드, 세그라 캐피털 매니지먼트, 소시에테 제네랄 등도 함께 한다.
업계는 이번 공개적인 지지가 원전이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상당한 자금이 투자되는데, 자금 조달 난항이 1980년대 이후 서방 국가에서 원전 산업이 크게 둔화된 원인 중 하나였다고 FT는 짚었다.
조지 보로바스 세계원자력협회(WNA) 이사는 “이번 행사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새로운 원자력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고전했으나 이번 공개 지지가 원전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기관은 직접 대출 및 프로젝트 자금 지원 확대, 채권 판매 주선 등을 통해 원전 기업들의 신규 발전소 건설을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금융 기관들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엇갈린 입장이었다고 FT는 짚었다. 프로젝트 자금 조달의 복잡성, 높은 리스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에 대한 우려 등이 원인이었다. 세계은행과 같은 기관들은 원자력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BNP파리바는 FT에 “원자력 없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면서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바클레이즈는 원자력이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상 기후와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세계 주요국은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의 저탄소 전력 공급 해결책으로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 원전회사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손잡고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의 원전 중 하나를 재가동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원전 1호기 재가동을 통해 3400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되고, 835메가와트 이상의 전기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 오라클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엘리슨도 회사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 3기로 전력을 공급 받는 데이터센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구겐하임증권의 투자 은행가 제임스 셰이퍼는 “빅테크 기업들이 실제 투자를 시작하면 이 모든 것이 실현되기 시작한다”면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 자금 조달의 시작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FT는 그럼에도 금융 기관 내부적으로 원전이란 주제에 대한 높은 수준의 민감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