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공시’가 빠진 단말기 보조금, 소비자에겐 어떨까.소비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1일부터 단통법에서 소비자가 이익을 보려면 참 똑똑해야 한다. 통신 3사의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각 요금제별로 어떤 단말기에 얼만큼의 보조금을 주는지 살펴야 하고, 쓰던 휴대폰 그대로나 해외 직구로 구입한 아이폰6로 SK텔레콤에서 KT로 번호이동할 경우 요금할인액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이때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를테면 홍길동 씨는 KT로 번호이동하면서 갤럭시노트4를 살지, 아니면 해외직구로 아이폰6를 사서 KT로 번호이동할지 고민이다.
단통법이후에는 단말기 구매 없이 이통사에 가입해도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분리요금제)을 해 준다는데 그게 얼마인지, 내가 제대로 대접받은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KT에서 갤럭시 노트4를 월 7만 5000원 요금제로 내놓을 경우 KT는 15만 원(2년 약정), 삼성전자는 10만 원의 보조금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 ‘분리공시’가 됐다면 소비자는 KT 15만원 외에 삼성전자가 10만 원을 쓴 걸 알아 아이폰6로 KT로 가면서 KT에 15만 원 요금할인(통신사 보조금 상당)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분리공시’가 안 되면서, 그냥 통신사가 주는 대로 받을수 밖에 없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분리공시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할인액 자체는 변하지 않아…눈속임 가능성은 여전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눈속임 가능성은 있다고 시인했다. 이를테면 위의 경우 삼성전자가 갤노트4에 처음에는 지원금 10만 원을 싣다가, 이후에 5만 원과 3만 원 등으로 줄일 경우(통신사 보조금이 늘어날 경우) 통신사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
즉 통신사 마케팅 정책에 따라 아이폰6로 옮겨오는 고객에게 요금지원을 늘리지 않고, 계속 15만 원만 깍아줄 수 있는 것이다.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입법취지 무색…야당 반발
단통법의 가장 큰 의의는 고가 스마트폰 단말기에 대한 가격 착시 현상을 없애고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과, 쓰던 폰이나 해외직구로 구매한 휴대폰으로 이통사를 옮겨도 보조금 만큼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는 ‘분리요금제’ 도입이었다.
하지만 제조사 보조금은 블랙박스로 남으면서, 소비자들은 불편해질 전망이다.
분리공시에 반대해 온 기재부 역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규개위가 ‘분리공시’제외한 이유는 …기재부 등 정부위원 반대
규개위가 분리공시 제외 의견을 낸 이유는 법제처의 보고서에서 “분리공시를 고시에 담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규개위가 문제 삼은 조항은 법 12조의 1의 단서조항인데, 방통위는 문제 없다고 본 반면, 법제처는 법의 입법취지를 거론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통사가 제출하는 자료는 제조사가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와 이통사는 제조사가 이통사에 주는 장려금이 10이면 여기에는 유통망에 가는 것(5)과 소비자에게 가는 지원금(5)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소비자 지원금이 공개돼도 법의 취지인 전체 장려금은 아닌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인 반면, 규개위는 입법취지와 다르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단통법의 보조금 공시 방법 조항(법 4조)에 ‘분리공시’의 출처로 제조사를 명기하는 등의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이 같은 논란은 사라질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또한 규개위 안팎에서는 민간 위원외에 법제처, 산업부, 기재부, 공정위 등이 정부위원으로 활동하는 위원 구성상 삼성전자의 주장과 법제처의 입법 해석이 규개위에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규개위 정부위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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