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성대법관 4인 시대 열린다…오경미 고법판사 대법관 제청(종합)

대법원장 "소수자 보호 신념·공정한 판단능력 겸비"
전원합의체 13명 중 30% 넘겨…인적 다양성 높아져
  • 등록 2021-08-11 오후 12:15:53

    수정 2021-08-11 오후 12:53:01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 (사진=대법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음달 퇴임하는 이기택 대법관 후임으로 오경미(52·사법연수원 25기) 광주고법 전주재판소 고법판사를 임명제청했다. 오 고법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여성 대법관은 대법관 중 30%를 넘게 된다.

11일 대법원에 다르면, 김 대법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 대법관 후임으로 오 고법판사를 임명제청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폭넓은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판단했다”고 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등 국회 동의절차를 통과하면 대법관에 임명될 전망이다. 오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대법관 13명 중 여성 대법관은 4명까지 늘어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 중 여성 비율이 2018년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30%를 넘게 되는 것이다.

역대 대법관 152명 중 여성은 7명에 불과할 정도로 대법원 인적 구성은 남성에 집중돼 있었다. 2004년이 돼서야 김영란(11기) 전 대법관이 처음으로 여성 대법관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대법관 이후 전수안(8기)·박보영(16기)·김소영(19기) 전 대법관이 임명됐다. 이때문에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박정화(20기)·민유숙(18기)·노정희(19기) 대법관이 임명되며 여성 현직 대법관 비중이 늘어났다. 노정희 대법관 임명 직후인 2018년 8월부터 김소영 전 대법관이 퇴임한 같은 해 11월까지 약 3개월간 여성 대법관 4인 시대가 열렸다. 오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는 2023년 7월까지 여성 대법관 4인 이상의 시대가 펼쳐지게 된다.

전북 익산 출신의 오 후보자는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6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7년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2009년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2011년 부장판사로 승진한 후 이듬해 고등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신종 성범죄에 관한 연구를 위해 다수의 법관과 함께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를 창립해 올해부터 초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오 후보자는 25년간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송 당사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훌륭한 재판 진행과 해박한 법리,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파악해 소송 관계인들로부터 신뢰가 두터워 지난해 전북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 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판결로는 우간다 여성이 본국에서 양성애자로서 체포 등 위협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며 낸 난민신청 소송에서 난민법에 대한 이해와 법리를 바탕으로 소수자, 약자로서 해당 여성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추가 심리를 한 후 난민 지위를 인정했다.

또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급생들의 학내 언어폭력과 폭력행위 등으로 집중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다 투신자살한 사고와 관련해 또래 간 소셜미디어와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반복적 언어폭력이 갖는 집단성, 폭력성·위법성에 주목해 학교 폭력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1심과 달리 가해학생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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