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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국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취하고 있는 정책이 아니며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 체력과 그에 따른 부양정책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은 6.7784위안으로 1년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특히 최근 석 달간 미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6.9%나 하락했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위안화 가치가 바위처럼 굴러 떨어지고 있다”면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미국을 겨냥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WSJ은 진단했다. 실제 WSJ과 인터뷰한 한 중국 정부 외환당국자는 “중국은 현재의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까지 비화하고 싶은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당국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에 맞서기 위해 위안화를 의도적으로 절하하는 일은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5020억위안(원화 약 83조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시중은행에 깜짝 지원하면서 기업 대출 확대를 노리고 있고 각 지방정부도 인프라 투자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 중국 당국자도 “이같은 부양정책에 따른 결과물이 바로 위안화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국무부 산하 최대 씽크탱크이자 정부의 정책 자문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소속 장 밍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위안화 절하 사이클은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촉발됐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 트레이더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를 유도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중국 수출기업들의 우회적으로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는 당초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위안화를 절상하는 카드를 썼지만 (관세 부과가 이미 시작된) 지금은 그 전략을 철회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향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느냐가 위안화 가치에 영향을 주겠지만 이로 인한 추가 절하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펠로우는 “위안화 가치가 이미 크게 떨어져서 향후 미국의 추가적인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충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