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금융]우리금융 실적은 올들어 왜 뛰었을까?

2분기 순익 증가율 400% 넘어..희귀한 경우
시장 금리에 연동된 대출상품 비중 높아
금리 하락기에는 약점..금리 상승기엔 '효자'
증권·보험 등 非이자 이익 늘릴 방안 절실
  • 등록 2021-07-22 오전 11:37:50

    수정 2021-07-22 오후 2:15:3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우리금융이 올 2분기와 상반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조4197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114.9% 증가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순이익 증가 폭은 더 커진다. 2분기 당기 순이익은 753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430억원) 대비 413.9%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우리금융이 (금융지주로서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고는 하지만, 한 해 사이 금융사의 이익 증가율이 수백 퍼센트 넘게 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금리 떨어지면 실적도 하락하는 사업 구조

이 같은 구조는 우리금융이 갖고 있는 사업구조에서 기인한다. 여타 금융지주와 달리 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지 못하다보니 은행 실적 의존도가 크다.

과거 상업은행 등을 인수했던 우리은행은 대출 자산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코리보와 연계된 기업대출 비중이 높다.

요즘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익이 증가하지만, 지난해처럼 금리가 급박하게 떨어질 때는 쇼크에 가까운 실적 부진을 보인다.

실제 우리금융이 지난해 2분기 때 거둔 당기순이익은 1430억원이다. 2000년대 한때 국내 최대 금융사였고 4대 금융사 속하는 금융지주사의 실적으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금융 2019년 2분기 ~ 2020년 2분기 NIM 추이 (우리금융 실적자료)
2020년 상반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로 인하했던 때다.

1.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월 17일 0.75%로 인하되었고 5월 28일에는 0.5%로 낮아졌다. 불과 석달 사이에 기준금리가 반토막 밑으로 내려가면서 시장 금리도 급락했다.

내수 시장 침체를 막고 치솟는 시장금리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에는 직격탄이 됐다. 2019년 2분기 1.75%(카드+은행)였던 NIM은 2020년 2분기 1.58%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NIM은 이보다 더 낮은 1.34%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른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한 대손충당금(미래 있을 손실을 대비해 적립하는 예비금) 전입 이슈가 있었다. 2020년 상반기 우리금융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44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019년 상반기 1369억원) 대비 228.7% 증가했다. 그만큼 지주에 편입되는 이익 규모는 줄었다.

이밖에 지난해 상반기 금융 당국으로부터 잇따른 제재 결정을 받으면서 일선 영업점에서 영업이 부진했던 점도 한몫했다.

2020년 1분기와 2분기를 합한 우리금융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610억원으로 전년동기(2019년 상반기 1조1800억원)대비 44% 격감했다. 2020년 2분기 기준 당기순이익감소치는 72.4%에 달했다.

증권사 빈자리 → 2020년 ‘나홀로’ 실적쇼크

사실 다른 금융지주들도 NIM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이들도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늘려야 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사모펀드 피해자 보상을 대비한 선제적인 적립까지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금융만큼의 실적 하락은 없었다.

KB금융의 2020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8%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1조80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5%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2020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4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오히려 11.6% 증가했다. 2012년 이후 최대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다른 3개 금융지주사 간 실적을 가른 결정적인 요인으로 증권사 등 비은행 분야에서의 차이를 봤다. 2020년 2분기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에 따라 증권사들의 이익이 늘었고, 이는 줄어든 은행 이익을 벌충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로 증권사가 없던 상황이었다. 은행 실적이 곧 지주 실적으로 연결되다보니, 은행 수익에 치명적인 금리 하락 타격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증권사에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21일 컨퍼런스콜에서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인수 대상 기업 1순위로 증권사를 꼽았다.

금리 상승기, 실적 효자가 된 대출상품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은 우리금융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됐다. 은행 이자 수익은 물론 계열 캐피탈사와 카드, 종금사 수익 증가에도 순영향을 줬다. 2020년 상반기 금리 하락기 ‘직격탄’이었던 이들 상품이 2021년 하반기 금리 상승기에 효자가 된 셈이다.

우리금융 측은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가 2021년 상반기 실적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는 하지만, 그들 계열사마저도 시장금리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들이다.

주요 자회사별 연결 당기순이익은 우리은행 1조 2793억원(전년동기 대비 88.6%↑), 우리카드 1214억원(전년동기 대비 51.3%↑), 우리금융캐피탈 825억원,(전년동기대비 33.6% ↑), 우리종합금융 440억원(전년동기대비 40.1%↑)을 시현했다.

우리은행은 대출과 예금에서 나오는 예대마진, 우리카드는 결제 수수료 외 카드론 등의 단기금융서비스, 우리금융캐피탈도 중장기 대출 이자가 주요 수익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예고는 하반기 우리금융 실적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격하게’ 이익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왔다. 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대출 비중이 많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우리은행 금리 유형별 대출 자산 비중 비교 (우리금융 실적자료)
이날(21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은행 내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대출 비중이 34%”라면서 “기준금리가 인상된다면 빠른 속도로 이익이 증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현재 0.5%에서 0.75%로 25bp(0.25%포인트)가 오르게 되면 1750억원 가량의 이자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고까지 말했다. 타 금융지주의 은행과 비교해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우리금융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더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제자리였던 CD와 코리보(KORIBOR) 등 6개월 이하 단기 금리가 기준금리와 동반 상승한다면 우리은행의 수익 증가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가중될 수 있고 금리 인상에 따른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연기될 수 있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처럼 안정적인 이익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이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군을 늘려야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M&A 시장에서도 우리금융이 늘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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