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상경한 노 전 대통령은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한 특별강연에서 “10·4선언은 이념·정치적 성격은 거의 없고 실용·실무적 내용인데 이명박 정부가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남북관계가 다시 막혀버렸고, (현 정부가) 관계 복원을 위해 허겁지겁 이런저런 제안을 하는 모습이 초조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호·실용주의에 입각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구상’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연방제 말만 나오면 시비를 걸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인품을 묻고, 6·25전쟁의 성격이 무엇인지 물어서 시비하려는 게 실용주의에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악의적인 이념 공세로, 여기에 긍정적 답변을 하면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보안법은 이념적 대결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이며, 남북 대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이날 강연을 계기로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정쟁을 가치와 전략의 수준으로 높여야 하지만 정치인들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을 정치권에만 맡겨 둘 수 없음을 역설한 것으로 해독되는 언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