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원유, 9일부터 가격 협상 돌입…'밀크플레이션' 우려도

낙농가-유업계, 낙농진흥회 소위 열고 8월 적용 예정
전쟁 여파로 사료비 상승…생산비 올라 인상 불가피
ℓ당 69∼104원 오를듯…우유 가공식품 인상 이어질까
  • 등록 2023-06-05 오후 3:39:13

    수정 2023-06-05 오후 3:46:32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오는 9일 협상에 돌입한다. 사료비 급등 여파로 원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가공식품에 원재료로 많이 쓰이는 우유 가격의 상승이 다른 식품 물가까지 밀어올리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오른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젖소를 키우는 낙농가와 유제품을 만드는 유업계 간 협의체인 낙농진흥회는 오는 9일 소위원회를 열고 원유 가격 협상을 시작한다. 각 유업체는 원칙적으로 원유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으나,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왔다.

업계는 사료 가격 등을 중심으로 낙농가의 생산비가 증가한 탓에 원유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되면서 사료비가 올랐고, 통계청 ‘2022년 축산물 생산비조사’에 따르면 우유 관련 사료비는 16.6% 증가해 생산비를 12.7% 끌어올린 배경으로 지목됐다. 지난 3월 기준 리터(ℓ)당 1164원이었던 원유가는 올해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하면 13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그나마 지난해 농식품부가 낙농제도를 개편한 영향으로 가격 상승폭은 기존 제도 대비 줄어들 예정이다. 당시 생산비에만 연동 돼 있던 원유 가격 결정 구조가 이제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데, 개편 전 기준으로는 ℓ당 104∼127원 사이에서 협상해야 했다.

낙농진흥회는 ‘2022년 축산물 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위원회 테이블을 차린 뒤 의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부터는 새 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낙농가와 유업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9월 중순에 첫 회의가 열렸던 작년 사례를 보면 일정이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들어가는 각종 식품 가격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해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49원 오르자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을 10% 안팎으로 인상했고,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은 10∼20%대로 뛰었다. 마시는 우유 가격이 ℓ당 180원 올랐을 때 카페라테 가격 인상 요인은 1잔에 53∼56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농식품부는 국내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은 각각 5%, 1% 수준인 만큼 이런 가공식품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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