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보다 배꼽 더 커진 대법원 전산화 사업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006~2007년 '사법업무 및 등기업무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당초 예산 금액 145억 4천 3백만 원보다 307억 2천 2백만 원 많은 452억 6천 5백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약이 확정되기도 전에 특정업체가 사업을 미리 수행하도록 한 데다 제안요청서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까지 하도록 해 금액이 크게 부풀려졌으며, 이는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직원은 계약 상대방인 민간업체가 경비를 부담하는 해외 출장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대법원에 "이 사업을 부당 추진한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이 사업에 대한 계약을 조달청에 의뢰하는 등 계약질서 문란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대법원측은 이에 대해 "구 계약만료 이후 새 계약 체결시까지 시일이 많이 걸리는데다 전산서비스 사업은 특성상 중간에 중단할 수 없었으며, 다만 이미 진행된 사업을 포함해 계약 금액을 정해 금액이 커졌다"면서 "예산 낭비적 요소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 예산 승인도 없이 흥청망청
감사원은 또 대법원이 기획재정부(구 기획예산처) 및 국회의 예산 승인없이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실태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재판서 정.등본 자동발급기' 구입사업의 추진포기로 예산 6억여 원을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전자법정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법대 등 가구 변경을 제외한 채 3억 7천만 원 상당의 전자법정장비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대법원은 이어 올해 3월 전자법정장비 활용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8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던 벽걸이 전광판, PC 모니터 등 모두 8억 6천만 원 상당의 '대법정 전자법정 구축사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모두 12억 3천만 원이 기획예산처 및 국회의 예산 승인 없이 추진됐다.
그러나 대법원측은 "전국에 전자법정 확대사업을 진행하던 중 외국 고위 법관들의 방문이나 국민들의 방문 횟수가 급격히 늘어 대한민국의 상징인 대법정을 전자법정화할 필요가 있어 이같은 계획을 세웠고, 지금도 조달청을 통해 2008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2007년 특정업무경비로 편성된 예산 중 일부를 직원 회식과 포상, 격려금 지급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감사.예산 등 특정업무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로, 이들 업무 수행과 관련해 소요 비용이 일정액 이상임이 명백할 경우 30만 원 범위 내에서 매월 개인별로 지급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측은 "예비금은 사법개혁을 위한 각종 태스크포스팀 회의 운영을 위한 경비로 사용됐는데, 이 가운데 식사비 영수증을 '회식'으로 기재한 데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예비금의 사용 목적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각급법원에서 법원청사관리를 위해 청소용역 등 4개 분야에 대해 맺고 있는 용역 계약이 일반경쟁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이어져온 사정도 함께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