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변협, '과장 광고' 네트워크 로펌 무더기 징계 절차 착수

전관 앞세우고 사건 수임하면 정작 나몰라라
광고·성실 의무 위반 등 적용해 징계 절차 나서
거대 네트워크 로펌 전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회칙 개정 통해 '직영', '본점' 등 광고 행태도 제재
  • 등록 2024-08-12 오후 2:41:56

    수정 2024-08-12 오후 7:21:59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형사사건에 휘말린 A씨는 전직 검사장을 내세운 법무법인(로펌) 광고를 보고 사건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상담 과정에서도 거물급 변호사가 사건을 도와줄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약 2000만원 상당을 결제했다. 하지만 정작 전직 검사장이나 거물급 변호사는 얼굴 한 번을 보지도 전화 한 번 하지도 심지어 연락처조차 전달받지 못했다. 속았다고 느낀 A씨는 법질서위반감독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이처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앞세워 과대·과장 광고를 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무더기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은 또 네트워크 로펌에 의한 과도한 광고를 제한하기 위한 별도의 회칙 수정 검토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제기된 각종 민원 수십 건에 대해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이른바 거대 네트워크 로펌들은 이번 변협 징계 절차에 모두 포함됐다. 네트워크 로펌이란 하나의 법무법인 이름으로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사무소를 내고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로펌을 말한다. 온·오프라인 광고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변협이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건 변호사 생태계를 해치고 있단 판단에서다. 변협은 지난 2021년 법률서비스 시장 교란 행위 엄단을 위해 ‘법질서위반 감독센터’를 개소했는데, 네트워크 로펌과 관련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민원 및 징계 요구는 수십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변협은 A씨의 사례처럼 전관들을 앞세워 광고를 해놓고선 정작 수임 후에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등 행태에 대해서는 광고 규정 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변호사법 23조는 ‘소비자에게 부당한 기대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설사 전관 변호사가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면 ‘성실 의무 위반’을 적용해 징계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변협은 이처럼 네트워크 로펌의 영업 행태에 대해 향후에도 법 위반에 해당한다면 지속적으로 징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변협 관계자는 “전관을 앞세운 마케팅을 했음에도 사건 수임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이는 소비자를 현혹한 것과 마찬가지다”며 “협회 내부에서는 이같은 사안을 일종의 의뢰인에 대한 회유와 기망에 해당한다는 목소리도 있어 관련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네트워크 로펌이 지역 사무소를 ‘직영점’, ‘분점’, ‘지사’ 등으로 홍보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기로 했다. 변호사법에는 로펌 사무소에 대해 ‘주사무소’와 ‘분사무소’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외 용어 사용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진 않다. 이에 따라 변협은 회칙 개정을 통해 로펌이 광고 시 주사무소와 분사무소 외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징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그동안 네트워크 로펌은 공격적인 전관 영입과 온·오프라인 광고로 빠른 시간 내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협이 네트워크 로펌 운영 행태에 대해 광범위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들 영업 방식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에서는 최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로펌들이 생태계를 망치고 있어 우려를 나타내 왔다”며 “업계에서는 변협의 이번 징계 절차 착수를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