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형사처벌 면제가 민사적 책임 면제는 아니다. 피해 여성에 대한 수백만에서 수천만원 사이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물론, 소속 직장에서 징계사유가 되기도 한다.
B씨는 A씨와 2년여간 교제하던 2019년 말 A씨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뒤늦게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은 B씨는 A씨 아내로부터 상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법원은 소송에서 B씨가 A씨로부터 속은 것인 인정된다며 소를 취하하는 내용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B씨는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40대 기혼 남성 C씨는 2020년 5월 채팅앱을 통해 30대 여성 D씨를 만났다. C씨는 비혼주의자 행세를 하며 D씨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 만남을 이어갔다.
이상한 낌새를 챈 D씨가 C씨에게 ‘유부남 아니냐’고 따져 물었지만 C씨는 “아이가 있는 미혼부”라고 재차 거짓말을 했다. C씨의 추궁이 계속되자 “실은 아내와의 관계가 파탄이 난 상태”라고 속이고 관계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총각행세’의 책임은 단순히 손해배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소속 기관에서 중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의 30대 교수 E씨는 결혼 사실을 숨기고 20대 제자 F씨에게 구애를 해 연인관계로 지냈다. 뒤늦게 E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자가 위력에 의한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E씨는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소속 대학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제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명백한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며 E씨를 파면했다. E씨는 “간통은 죄가 아니다”며 파면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성남 변호사(킹덩컴)는 “실질적 손해가 아닌 정신적 손해만 인정될 경우 위자료만 통상 수백만원 수준”이라며 “위자료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의 경우에선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