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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일부 행위를 부적절한 재판관여로 볼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공모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씨와의 허위 내용이 담긴 기사를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던 인물이다.
중요사건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 제시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선고 전이라도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2015년 12월 판결 선고 전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구술내용을 전달받아 일부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1심과 2심 모두 혐의 내용 중 △가토 전 지국장 선고공판 구술내용 사전 요구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 표현 수정 요청 △프로야구 선수 사건 의견 청취 요구에 대해선 “재판 관여행위로서 다소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는 임 전 부장판사의 ‘월권행위’에 해당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 요구 이후 합법적인 재판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임 전 부장판사의 관여는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재판의 핵심 영역은 사법행정권 대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임 전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장 궐위나 법원장의 구체적 위임·지시를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사법행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1심 “위헌”→2심·대법 “인정 안돼”
하지만 2심은 “1심의 ‘위헌적 행위’ 판단은 단순히 헌법에 위반되는 하자가 있다는 뜻으로, 그 하자의 중대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위헌적 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위헌성’은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의 위헌성 판단은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를 추진한 결정적 배경이었다. 임 전 판사가 지난해 2월 퇴임함에 따라 헌재는 지난해 10월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이번 판결은 이른바 ‘사법농단’ 연루자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번째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이다. 나머지 8명 중 이민걸·이규진 전 고법 부장판사만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4명은 3년 넘게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