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운 만큼 벌게 하자"…오세훈표 택시개편안, 해법될까

인센티브제 변경·택시리스제 도입 재차 제안
사납금제 회귀 제안? "불법화 이후에도 유지"
면허대여? '범죄온상' 도급택시 우려 지워야
  • 등록 2022-09-13 오후 2:38:51

    수정 2022-09-13 오후 2:38:51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택시승차난 해소를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사납금제 합법화와 도급택시 도입을 제안했다. 음식배달 등 다른 유사업종에 비해 수익이 낮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오 시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과거식 해법이 결국 승차거부·난폭운전 등 일부 택시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 심화시킬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택시대란과 관련해 “택시요금 인상만으로는 (해소에) 충분할지 알 수 없다”면서 “본질적인 해법은 택시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옛날의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20년 1월부로 불법화된 사납금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사납금은 법인택시 소속 기사가 택시 운행을 대가로 매일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고정금액이다. 사납금 이상의 택시 수입에 대해선 택시기사가 갖게 된다. 택시기사로서는 운행 실적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 시장의 주장은 사납금제가 합법화될 경우 기사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이 일을 함에 따라 택시 승차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부 법인택시 기사들의 경우 사납금 부활에 긍정적이다. 한 50대 택시기사는 “택시업종에 애초 월급제는 말이 안 된다. 근태관리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사납금이 없다면 모두가 함께 일하지 않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일한 만큼 수익을 얻는 구조가 맞다”고 환영 입장을 드러냈다.

사납금 불법화 후 사납금 더 오르는 ‘기현상’

하지만 사납금제는 지난 수십 년간 택시업계의 가장 고질적 악습 중 하나로 꼽혔다. 택시 운행 실적과 무관하게 택시회사는 고정된 수익을 얻는 반면, 실적에 따른 수익 감소는 온전히 택시기사가 지게 되는 구조가 핵심이다.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엔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된 기본급에서 미달 금액만큼 공제한다.

결국 택시기사들이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국회가 지난 2019년 택시 사납금을 불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택시 운행에 따른 영업 리스크(Risk)를 온전히 택시기사가 지게 되는 구조를 회사와의 ‘공동 분담’ 구조로 바꿔 택시 문제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더욱이 불법화된 사납금은 현재도 버젓이 택시회사에서 여러 변형된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과거 하루 5.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기본급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주 40시간 기준으로 변경돼 상승함에 따라, 택시회사들도 사납금을 대폭 올렸다. 과거 하루 13만원 내외이던 사납금이 현재는 20만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택시기사들로선 그만큼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 많아져 부담이 커졌다. 40대 법인택시 기사인 A씨는 “택시대란이라고 하지만 택시 수요는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 귀가시간대에 집중돼 있다”며 “그 시간에 바짝 벌어들인다고 해도 사납금을 채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대기 중인 택시들. 서울시는 지난 2일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내년에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거리를 현행 2㎞에서 1.6㎞로 단축하는 내용의 요금제 개편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납금 부활 시 택시회사들 법원·노동청 법적 책임 면해

변형된 사납금은 법원과 노동청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11월 한 택시회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월 기준금액’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변형 사납금제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현재도 여러 지방노동청엔 유사 사납금과 관련한 사건이 다수 접수돼 있다.

제안대로 사납금이 다시 합법화될 경우 유사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는 택시회사들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게 된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해 택시회사들은 환영하는 반면, 법인택시 기사들이 중심이 된 택시노조는 반대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오 시장이 제안한 또 다른 대안인 택시리스제는 말 그대로 택시면허를 빌려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택시면허 대여는 불법이다. 택시리스제가 도입될 경우 택시회사로선 기사를 구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받고 면허를 빌려줄 수 있어 면허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택시회사들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택시리스제…“공급 확대” vs “도급택시 부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이 면허를 구입하지 않고도 카카오T블루와 같이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 택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택시 승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일단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가맹택시를 중심으로 브랜드 택시를 확장하고 있어, 굳이 택시면허를 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택시면허를 기존 법인택시 기사들이 대여를 하게 되며 변형된 형태의 ‘도급택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서 도급택시를 운영한 택시회사는 영업정지나 감차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이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과 운행한 사람이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급택시가 과거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수차례 악용됐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분야 대학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택시사납금과 도급택시가 사라진 것은 승객에게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범죄 위험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를 다시 돌리려면 해법도 함께 내놔야 한다”며 “택시 공급이 부족하다고 공급 지상주의식의 해법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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