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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7000억원+α 지원, 돌아온 건 ‘발생지 처리원칙’
갈등의 시작은 사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천시는 지난 12일 옹진군 영흥면 외리에 2024년까지 1400억원을 투입해 자체 폐기물 매립지 ‘인천에코랜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1992년 개장한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서울·인천·경기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현재의 수도권 폐기물 처리 방식을 2025년 끝내고 서울·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더는 받지 않겠다는 독립선언을 한 것입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부터 발생지 처리원칙에 입각한 환경정의를 바로 세울 때 수도권 2500만명의 쓰레기를 떠안는 도시, 직매립이라는 후진적 자원순환 정책을 이어가는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수도권매립지 종료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서울, 인천에 매립면허권 41% 양도…토지가치 인정시 1.2兆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 조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천시에 경제적 혜택을 지원해줬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매립면허권 초기 지분은 서울시가 71.3%, 나머지 28.7%는 환경부 소유였습니다. 면허권 취득 당시 2074만9874㎡(약 630만평)의 부지 보상액 450억원 가운데 서울시가 373억원(이자 73억원 포함), 환경부가 140억원을 부담하며 토지소유권 비율도 분담액 만큼 정한 것입니다. 당시 재원이 부족했던 인천과 경기는 매립면허권 지분 투자에 참여하지 못했으나 서울시는 2016년 인천시에 525만9780㎡ 규모의 매립면허권을 양도했습니다. 그 결과 매립권면허권(1690만㎡) 보유 비율은 서울 41.1%, 인천 40.6%, 환경부 18.3%로 바뀌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인천시가 매립면허권 취득으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매립 중이거나 매립할 부지는 주소를 부여받지 못해 토지로 인정받을 수 없지만, 매립이 끝난 시점에는 토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 추정액을 제시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수도권매립지는 법적으로 서울시에 권한이 있는 땅이고, 인천시에는 매립이 끝난 땅에 대한 권한이 있다”며 “매립이 진행 중이거나 매립할 부지는 서울시에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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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서울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수도권매립지 편입부지 보상금 전액인 1659억원을 인천시에 지원했습니다. 경인아라뱃길과 제2외곽순환도로, 청라지구와 주변도로 편입부지 보상금은 수도권매립지 지분의 70%를 보유한 서울시에 돌아갔으나 1원도 쓰지 않고 매립지와 주변지역 환경, 수송도로 개선의 목적으로 인천시에 되돌려 준 것입니다. 또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전체 폐기물 반입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조성해 3279억원을 인천시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내 부지 활용을 원할 경우 서울시는 사용권도 내줬습니다. 캠핑장 조성 부지를 비롯해 국가드론시험인증시설, 인천서부자원순환특화단지 진입도로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시 관계자는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하는 대신 인천지역 개발에 서울시가 적극 협력하기로 한 만큼 인천시가 원하는 사업에 동의하고 부지를 사용하게 했다”면서 “인천시가 30여 년간 수도권매립지를 함께 사용하고, 필요한 경제적 혜택까지 모두 챙긴 뒤 ‘발생지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일방통행식 행보를 꼬집었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인천시가 계획을 바꾸도록 계속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 내에서 독자 매립지를 찾는 게 불가능한 데다가 다른 대안이 마땅히 없기 때문입니다. 또 잔여부지를 추가 조성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질질 끌면 부실공사에 대한 매립지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의 대안으로 섬을 선택한 것 자체가 매립부지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며 “이미 확보한 수도권매립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천시와 계속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