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곡물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이 같은 곡물값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인플레이션을 더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신흥국들에게 훨씬 더 큰 경제적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 옥수수와 밀, 보리, 해바라기씨 오일 등 핵심 곡물 가격은 지난 달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들 곡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1을 맡고 있고, 해바라기씨 오일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브라이언 컬튼 리치 레이팅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신흥국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주로 밀을 수입하고 있다”며 “실제 이집트와 터키는 전체 밀 수입량의 75%와 84%를 이들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충격을 우려했다.
이어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거의 수입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곡물값 급등은 자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통해 대부분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일례로 미국만 해도 3월 소비자물가가 8.5%나 상승했는데, 이 중 곡물가격은 소비자물가 중 1.2%포인트나 영향을 줬으며 이는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 기여도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곡물값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그런 점에서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은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에게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걸 방해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급 차질 우려는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일 뿐이며 에너지와 비료값이 뛰는 것도 곡물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서 비료값도 올랐다. 러시아는 전 세계 칼륨 비료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질소와 복합 비료는 20%에 이르고 있는데, 러시아는 현재 비료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유럽과 미국 농가에서는 파종기를 앞두고 있고, 특히 남미와 중앙 아시아 등 러시아산 비료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한다고 풀턴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