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값에 못 살겠다”…脫서울 3040세대 6만명 넘었다

높은 집값, 대출·청약 규제에 내집마련 포기
16년 만에 경기도로 떠난 3040세대 가장 많아
  • 등록 2019-05-15 오전 9:48:58

    수정 2019-05-15 오전 9:48:58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평균 집값이 7억~8억원 수준으로 높은데 대출도 얼마 안 나오고, 청약 당첨도 ‘하늘의 별 따기’라 결국 내집 마련을 포기했습니다. 직장이 있는 서울과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인근 경기도권에서 신혼집을 알아볼 생각입니다.”(5월 결혼을 앞둔 30대 신혼부부)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주한 3040세대 수가 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 자체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청약, 대출, 세제 등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규제를 지속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3040세대 순이동자 수는 6만1429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4만 6066명) 보다 33.34% 증가한 수치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3040세대가 6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6만2050명)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2년여 동안 쏟아진 주택시장 규제가 탈서울 현상을 가속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들어 서울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평균 집값은 8억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반면 각종 규제로 대출한도가 40%(무주택 서민·실수요자 50%)로 낮아지고, 청약 문턱(청약 가점 강화·가입기간 등 강화)이 높아지자 인근 경기도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17년과 2018년 사이 집값 상승률은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20.92%(3.3㎡당 2184만→2641만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2014년 2.58%(3.3㎡당 1629만→1671만) △2014~2015년 6.22%(3.3㎡당 1671만→1775만원) △2015년~2016년 9.01%(3.3㎡당 1775만→1935만원) △2016년~2017년 12.87% (3.3㎡당 1935만→2184만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신규 분양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이 60%에서 40%로 낮아지고, 계약금의 20% 정도를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서울 지역에서 청약을 노리는 3040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 신규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경기도에서 분양한 총 20개 단지(민간분양 기준) 중 청약경쟁률 상위 5위 안에 드는 단지는 모두 서울과 맞닿은 지역에서 분양한 단지로 조사됐다.

올 초 서울 송파구와 맞닿은 경기 하남시에서 분양한 ‘위례포레자이’가 평균 경쟁률 130.33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힐스테이트북위례’(77.28대 1)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와 맞닿은 경기 구리시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구리역’(10.53대 1) △서울 강남구와 인접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분양한 ‘분당지웰푸르지오’(8.81대 1)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분양한 ‘수지스카이뷰푸르지오(7.99대 1)’ 등의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신도시 및 택지지구들은 서울의 주요 지역인 광화문, 강남 등으로의 출퇴근이 편리하고, 집값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특히 이들 지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및 도로개선 사업 등 개발 호재들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프리미엄 역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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