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흔한 이 나비, 대서양 쉬지 않고 날아 4184km 이동

가장 먼 거리 이동하는 ''작은멋쟁이나비'' 대서양 횡단 증거 나와
  • 등록 2024-07-01 오후 1:13:03

    수정 2024-07-01 오후 1:13:03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국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가 대서양을 쉬지 않고 날아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약 4200km를 이동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프리카에서 유럽까지 이동했다는 연구에 이어 대서양을 지나 남미까지 이동한 연구 결과가 처음 나온 것이다.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스페인 바르셀로나식물학연구소, 캐나다 오타와대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2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작은멋쟁이나비의 대서양 횡단 증거를 발표했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바닷가에서 발견된 한 무리의 작은멋쟁이나비의 유전자와 꽃가루 DNA를 분석해 서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2013년 10월 28일 기아나의 한 해변에서 쉬고 있는 작은멋쟁이나비 무리를 발견했다. 이 나비는 날개에 구멍이 나 너덜너덜한 상태였고, 모래 위에서 쉬는 행동을 보이고 있어 연구진은 바다를 가로질러 온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작은멋쟁이나비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유럽 영국과 네덜란드까지 왕복 1만 4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작은멋쟁이나비가 전 세계에서 발견되지만 남미에서는 안정적인 개체군이 기록되지 않아 이 나비들이 아프리카나 유럽 등지에서 왔다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유전체 분석 결과 해안가에서 발견된 나비들은 북미에서 발견된 나비 집단과 동떨어져있고, 아프리카와 유럽 나비 집단에 가까웠다.

나비 날개 동위원소 분석에서도 이 나비들은 모두 동일한 출생지를 가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나비는 애벌레 시절 먹은 식물에 따라 날개 동위원소가 달라지는데, 해안가에서 발견된 나비들은 서유럽(포르투갈, 프랑스, 아일랜드 및 영국)과 서아프리카(말리 및 세네갈 및 기니비사우의 해안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밖에 나비 날개에서 발견된 꽃가루 DNA에서도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피는 식물의 꽃가루가 발견됐다. 나비의 몸에서는 분류 방법에 따라 8~15종의 꽃가루가 발견됐는데 대부분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식물의 꽃가루였지만 서아프리카 지역의 고유종인 식물의 꽃가루도 있었다. 이 식물은 8월~11월 개화하는 종이어서 나비가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시기와 일치했다.

작은멋쟁이나비의 대서양 횡단 예측 경로. (사진=doi.org/10.1038/s41467-024-49079-2)
연구진은 대서양의 시간당 바람 역방향 궤적을 재구성하고, 이 나비들이 바람을 타고 서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대서양을 쉬지 않고 날아 건너왔다고 추정했다. 나비가 발견된 시점의 48시간 전에는 다양한 고도에서 일관되게 아프리카에서 남미까지 바람이 불었다. 반면 다른 날짜에서는 바람이 잘 불지 않았다. 연구진이 추정한 나비의 최단 이동거리는 약 4814km이며, 비행 기간은 5~8일이다. 작은멋쟁이나비는 먹이를 먹지 않고 최대 780km까지 날 수 있지만, 이번에 발견된 나비들은 무역풍의 도움으로 이러한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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