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싸들고 도망간 대통령…아프간 진격에도 남은 女장관

랑기나 하미디 첫 여성 교육부 장관
탈레반 카불 입성한 날도 출근…평시처럼 근무
“대통령 도피 있을 수 없는 일…수치스럽다”
탈레반 장악에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 높아
  • 등록 2021-08-17 오전 11:01:18

    수정 2021-08-17 오전 11:01:18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지금 나는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진 복도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내일 아침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 하미디 장관 트위터)


랑기나 하미디(45·사진)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장관은 15일(이하 현시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불안해 보이면서도 자못 침착한 어조였다. 하미디 장관은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한 당일에도 평소와 같이 사무실에 출근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했다.

카불이 함락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돈가방을 챙겨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탈출 당시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카불 주재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가니 대통령은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차 네 대에 돈을 가득 싣고 아프간을 탈출했고, 돈의 일부는 탈출용 헬기에 다 싣지 못해 활주로에 남겨뒀다”라고 전했다.

하미디 장관은 가니 대통령의 도피 소식에 대해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다”며 “내가 알고 있는, 전적으로 신뢰했던 대통령이 도망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가 떠났다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하미디 장관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니 대통령의 도피는 충격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BBC 트위터)


하미디 장관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국민 곁을 지키며 탈레반 집권 이후 추락할 것으로 우려되는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탈레반이 집권할 경우 아프간 여성의 권리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소녀의 교육과 여성의 취업을 금지했다. 당시 여성들은 정략 결혼을 강요당하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를 입고서도 남성 보호자를 동행해야 외출이 가능했다.

하미디 장관은 자신에게 열한 살짜리 딸이 있다면서 “나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내 딸이 꿈꿔왔던 모든 미래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만약 살아남는다면 수백만 소녀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미디 장관은 2011년 탈레반의 자살 폭탄 테러로 숨진 굴람 하미디 칸다하르 시장의 넷째 딸이다. 그는 소련의 아프간을 점령했을 때 4살의 나이로 고향을 떠나 파키스탄의 난민촌에서 생활하다 1988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정착해 버지니아대에서 교육을 받았다. 2003년 귀국한 뒤 2008년 여성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위해 공예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칸다하르 트레져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아프간 정부가 들어선 지 20년만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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