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나 부산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통신사가 될 수 있을까?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능하다. 법 7조에 있는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제한 요건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삭제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은 기간통신사업을 하려면 등록해야 하며, 지자체나 국가, 외국법인은 등록할 수 없게 돼 있다.
지금까지의 통신법은 국가나 지자체의 통신사업 진출을 전면 금지해 왔다. 체신부(정부)에서 19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KT)를 만들고 이어서 한국통신을 민영화한뒤 통신 사업은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민간이 경쟁하도록 하는 체제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자체도 통신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시가 서울 와이파이 ‘까치온’을 시작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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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온’이 촉발한 자가망 통신사업
서울시는 2022년까지 서울 전역에 자체 초고속 공공 자가통신망을 깔고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1만1030대)과 공공 사물인터넷 망(1000대)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시민은 스마트폰 와이파이를 켜고 와이파이 식별자(SSID)는 ‘SEOUL’, ‘SEOUL_Secure’를 찾으면 ‘까치온’이 설치된 어느 곳이나 자동 접속된다.
불법 논란이 커지자 결국 서울시가 한발 물러섰다. 지자체(서울시)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서울시 산하 서울디지털재단에 관련 사업을 위탁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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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통신사업 양성화 vs 포퓰리즘 악용 우려
서울시 ‘까치온’ 이슈가 촉발한 지자체 통신사업 허용 논란은 우상호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3개로 모아지고 있다. 아직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않았지만, 통과된다면 통신 정책의 근간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지자체가 통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줘야 한다는 의견과 우리나라처럼 통신망이 잘 깔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통신사업에 뛰어들면 혈세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부딪힌다.
법 개정에 찬성하는 쪽은 이미 지자체들이 특정 목적의 특정 사용자만 쓰는 자가망(자가통신설비)을 갖춘 만큼 여유 설비를 활용해 국민의 통신 복지를 넓힐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은 어떨까. 일본은 지자체가 신청하면 허가해주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민간 통신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효용 따져야
전문가들은 1982년 체신부(정부)가 직접했던 통신사업을 공사체제로 바꾼 지 30년이 지난 만큼, 사물인터넷(IoT)이나 스마트시티 대중화 추세에 맞게 지자체 통신사업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예전처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일정 조건 내에서 수용하되,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통신품질평가도 받게 하고 지자체가 구축한 설비에 대해서도 (민간에 대한)설비제공의무를 주자는 얘기다.
다만 지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통신사업 진출 허용은 통신 난개발이라는 포퓰리즘이 될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지자체 통신사업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실 지자체들의 여건상 오히려 상용망을 임대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유리한 곳이 많다”면서 “무분별한 자가망 확대에 앞서 세금 투입 등 사회 경제적인 효용을 집계해야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