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골목길. 한때 옛것을 간직한 조용한 동네로 인식되던 이곳은 주말이면 늘어난 관람객 탓에 북새통을 이룬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방문했다면 발 디딜 틈 없는 풍경에 실망하기 십상. 친구와 커피 한잔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회사원 이모(34) 씨는 “천천히 구경을 하고 싶어도 사람들에 떠밀려 한곳에 머무르기가 쉽지 않다”며 “골목이 아니라 명동거리 같다”고 말했다.
삼청동길과 화개길 주변의 유동인구는 평일에는 1만여명, 주말에는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 방문객이 몰리다 보니 주말의 삼청동은 소박한 골목길이라기보다 시내 한복판을 연상시킨다.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소문이 퍼지자 커피숍과 패션매장, 화장품가게 등 수많은 상점도 들어섰다. 삼청동 내에 위치한 패션관련 매장만 40여곳. 삼청동으로 향하는 북촌로5가 길에는 솔트앤초콜릿과 홈스테드 등 커피숍을 비롯해 TNGT와 에뛰드 하우스 등 상업시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이후 2010년 9월 KBS2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에 이화동 벽화마을이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급증했다. 마을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박모(73) 씨는 “오전 9시부터 사진 찍으러 많이들 올라온다”며 “사람이 많다 보니 북적북적하고 아무래도 예전보다 시끄러워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쓰레기와 사생활 침해, 낙서 등의 문제도 생겼다. 가수 이승기가 사진을 찍으면서 유명세를 치른 ‘천사날개’ 그림은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작가가 직접 그림을 지우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순복(52) 씨는 “새로 그린 벽화에는 아예 ‘낙서금지’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고 귀띔했다.
|
☞ [골목길전성시대⑤] "전통 끊이지 않게 골목놀이 지킬 것"
☞ [골목길전성시대③] 철거공장과 동거…젊은 예술가의 아지트
☞ [골목길전성시대②] 북촌 이어 서촌도 떴다
☞ [골목길전성시대①] '오래된 미래' 골목길,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