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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韓기업…신생기업 비중 19%→11.7%까지
한국은행은 29일 ‘신생기업 감소와 거시경제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은이 전국사업체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 수 가운데 당해년도에 시장에 진입한 신생기업 수를 나타내는 신생기업 비중은 2002년 19.0%로 고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지속해 2018년 11.7%까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생기업 감소 현상은 전 산업 영역에서 공통되게 나타났다. 2001~02년 대비 2017~18년 중 신생기업 비중은 제조업(12.4% → 7.4%), 건설업(19.6% → 11.6%), 도소매업(16.7% → 12.2%) 및 여타 서비스업 등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통신·금융·정보기술·사업서비스업 등 하이테크 산업의 경우에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 신생기업 비중은 역시 감소(17.7% → 13.6%)했다. 신생기업 감소 현상이 특정 산업의 쇠락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셈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신생기업 감소 현상은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공통 요인에 기인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증가세 둔화와 대외개방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 심화가 신생기업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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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기업의 감소는 기존기업의 퇴출률을 낮춰 전체 기업의 고령화 현상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기업 진입이 줄수록 기존 기업에는 경쟁이 완화되는 효과로 나타나 퇴출률이 떨어지고, 결국 남은 기업들은 더욱 고령화되는 경로다.
이는 결국 노동생산성 증가와 고용창출을 제약하고 고용없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기업연령이 0~1년 사이인 시장진입 초기 36% 수준에서 4년차 이후에는 5~6% 내외의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진입 초기일수록 신기술과 신상품을 통한 혁신이 활발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의 학습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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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신생기업의 진출을 이끌 규제완화가 대안이라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신생기업 감소를 이끄는 주요 원인인 인구구조 변화와 대외개방 확대는 정책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 및 진입장벽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OECD가 5년마다 회원국과 기타 주요 비회원국들의 시장 규제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상품시장규제(OECD Product Market Regulation, 2018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규제는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또 월드뱅크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2020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진입장벽 규제 역시 폴란드, 멕시코, 이탈리아에 이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 과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증가율 둔화, 대외개방 확대에 따른 국제경쟁 심화 등은 정책적으로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 증대는 잠재적 경쟁기업의 시장진입을 상당 기간 제약할 수 있다”며 “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규제개혁을 정책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