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유리천정을 넘어

  • 등록 2004-05-28 오후 7:02:24

    수정 2004-05-28 오후 7:02:24

[edaily 김윤경기자] 어제(27일) 서울에서 3일간의 일정으로 여성계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가 개막됐습니다. 전세계 80여개국 800여명의 정계와 재계, 비정부단체에 몸담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산업부 김윤경 기자는 여성들만의 행사가 자칫 여성 집단을 차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우려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성(性)을 가진 여성 지도자들의 자신감과 열정에 한때나마 동참했던 즐거움도 컸다고 합니다. 저는 여자이면서 기자입니다. 성별과 직업을 합해 얘기하자면 `여기자`이죠. 그동안 대부분의 여성 기업과 기업인, 여성관련 행사들에 대한 취재 지시는 유독 제게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쓸데없는 피해의식의 발로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계여성지도자회의(GSW:Global Summit of Women 2004)` 취재는 자발적이었습니다. 행사 내용을 자세히 알리고 싶은 1차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고백컨대 훌륭한 여성 지도자들을 만나 삶의 방향타가 될 영감을 얻고자 하는 막연한 생각도 깔려 있었습니다. 행사장인 롯데호텔은 로비부터 여성들로 북적였습니다. 비 내릴 준비를 하듯 꾸물거리는 바깥 기운과 상관없이 호텔 안엔 자신이 속한 국가의 전통의상을 입은, 성장(盛裝)한 여성들로 생기가 돌았습니다. 정식 개막식에 앞서 열린 여성기업박람회(WEXPO)에는 국내외 50개 기업 및 경제단체들이 참여해 활발히 정보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 곳곳에선 악수, 명함 교환 등 이른바 `네트워킹`이 뜨겁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행사엔 루이자 디오고 모잠비크 총리, 트롱마이호아 베트남 부통령 등 장관급 인사들이 20여명 참여했습니다. 또 지난 95년 이후로 GSW가 정치적인 이슈보다 경제에 초점을 맞춘 행사로 탈바꿈하면서 대형 다국적 기업 중역들도 대거 참석했습니다. 우치나카 유카코 IBM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회장,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아태지역 사장, 사비나 나와즈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인재개발 및 경영자 육성담당 상무 등.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절대 다수가 되지 못하고, 그래서 남성이 중심이 되어있는 세상에서 부분집합으로 분리되어 있는 여성들이 이렇게 정치나 경제 등의 분야에서 `세계 지도자` 위치에 서 있는 모습에서 저는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그들의 자신감과 열정이 희망의 메시지로 저에게 주입되고 있음을 만끽했습니다. 개막식 단상에 오른 단 2명의 주요 `남성`이었던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총괄 사장은 여성 인력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환기하고 남성과 함께 상호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두 한국적 문화가 아직 여성의 활발한 사회, 경제적 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남성과 함께 상호발전하여야 한다는 당위론과 지향점은 불행히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바로 이 거리감이 여성들을 좌절시켜 왔습니다. 행사 이틀째인 오늘(28일) 회의에서 발표된 맥킨지의 `아시아와 여성` 보고서는 바로 그 거리감을 수치화한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로 서방선진7개국(G7) 국가 평균 67%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의 83%, 태국 79%, 일본 66%, 인도네시아 61%에 이어 5위에 머물렀습니다. 또 민간부문의 여성 노동자 비율은 41.5%에 달하지만 여성임원 비중은 고작 4.9%에 지나지 않고, 한국 100대기업 가운데 80개 기업에서 임원급 여성 비율이 고작 2%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아시아 여성들의 인력 풀(pool)이 뿌리깊은 성차별적 문화, 또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족 등으로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곁들였습니다. 사실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만 사정만 그런 건 아닙니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서 여성 임직원 비율은 관리자급 비중이 15.7%,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기임원은 12.4%, 최고경영진에는 7.9%에 불과하고 최고경영자(CEO)는 6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굳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일하는 여성들은 사회 생활 경력이 쌓일수록 그런 현실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남성들과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가지고, 사회에 진출하기까지는 어렵지는 않지만 여성들이 직장내 고위직에 오르기까진 `유리천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말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남성이 사회에서 다수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이 결혼을 했는지, 아이를 양육하는지 등 일과 결부된 변수들이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여성들이 유리천정을 `한계`라고 지레 생각하는 탓도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더 심하게는 남성들의 `보호`를 통해 안위(安慰)하거나, 어려움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생각을 갖고선 사회, 경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기 어렵겠죠. 지도자의 자리와도 더더욱 먼 것이구요. 이랬다간 주체적이기 보다 지시받은 대로 사는 수동형 인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인식의 한계를 털어낼 때 비로소 여성들도 사회, 경제적 활동이 질적인 발전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성으로서 쉽게 살기위해,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고 말아버리자` 혹은 `딱 여기까지만 오르고 말자`는 유혹에 매일 시달리고 삽니다. 이번 세계여성지도자회의에서 그런 유혹들과 싸워서 이겨낸 인물들을 발견한 것은 즐겁고도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희망과 힘을 주었지만, 또 앉지 말고 일어나 도전하라고 부추기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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