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9일 BOK이슈노트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8월에도 적자를 보였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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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유지…흑자폭은 점차 감소
한은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270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만큼, 연간 기준 37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라 수출 경기가 악화되면서 흑자폭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8월과 같은 수준의 월단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역수지가 9월에도 38억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경상수지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재화에서 서비스로의 소비전환은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욱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8월과 같은 규모의 월간 단위 적자 가능성은 낮긴 하지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무역수지는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품수지 흐름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경상수지 악화 요인으로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글로벌 정보기술(IT)경기 둔화, 경제분절화(탈세계화) 등의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중국, 유로존의 경기위축으로 수입 수요가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수출 둔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국, 유로존의 향후 1년(올 3분기~내년 2분기) 성장률을 가중평균(통관수출 비중 적용)한 결과 전년 대비 2.5%로 예상돼 유럽 재정위기 시기(4.7%), 중국 경기둔화기(4.5%)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은 고물가 상황에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이 경기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소비재와 자본재 위주의 비IT제품 비중이 높은 특성상 미국과 유럽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면 경기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가 발효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지생산을 늘리면 전기차, 배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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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관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5.3% 비중을 차지하는 IT부문 경기도 나빠졌다.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 코로나19 특수 요인을 누리던 IT기기의 수입 수요가 약해지는데다가 최근 주요국 성장세 둔화도 겹친 탓이다. 7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한 IT 부문 수출이 당분간 비IT 부문 수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수출 중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의 비중이 60.1%에 달하는 만큼 글로벌 IT최종재 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이 특히 부각될 전망이다.
이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강대국 간 갈등 영향에 경제분절화가 일어나고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인한 규제 심화도 우리 수출 경기에 하방 위험으로 존재한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이 요구되거나 무역규제가 이어진다면 대(對)중 혹은 대미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주욱 과장은 “최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및 반도체 생산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등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도 규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는 수출 둔화세가 확대되고 운송 등 팬데믹 호조 요인이 약화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수지는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고 수입도 높은 에너지수입이 지속됨에 따라 수지개선이 더딜 전망이며, 서비스수지도 여행적자 확대 및 운송흑자 축소(물동량 둔화·운임 하락)로 적자폭이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