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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995년 유흥주점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기망해 합계 5억 6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1997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재판은 진행되지 못했다. 첫 재판은 공소제기가 된 1997년 11월 열렸지만, 이듬해 4월 A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뒤 다시 입국하지 않으면서 피고인 소환이 어려워진 것.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15년이 지난 시점인 2020년 3월 ‘면소 판결이 명백한 경우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A씨 출석 없이 재판을 다시 진행했다.
1심은 면소 판결을 내렸다.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해 법정형에 따라 정해진 일정 기간의 경과로 완성된다. 공소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될 수 있지만,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부터 1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상급심(2심·대법원) 법원의 판단도 1심과 동일했다. 형사소송법 253조 3항은 공소제기가 되지 않은 범죄행위를 대상으로 적용될 뿐이고, 이미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대해선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외 도피로 인한 공소시효 정지 규정이 재판시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첫 번째 사례”라며 “형사법 영역에서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유추·확장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죄형법주의 원칙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