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억 빼돌린 `휴대폰깡` 일당 싹 잡아들였다..역대 최대 규모

사기 등 혐의…총책 A씨 등 157명 검거
형법상 범죄집단 적용한 140명, 최대 규모
휴대폰깡 후 단말기·유심 되팔아 64억 가로채
휴대폰 명의자 63%, 할부금 변제 못해 신불자 전락
  • 등록 2024-07-16 오후 12:00:00

    수정 2024-07-16 오후 7:18:41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소액 대출을 빙자해 ‘휴대폰깡’을 유도해 조직적으로 대포폰을 유통한 대규모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대출자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폰 단말기와 유심으로 약 64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당 중 상당수가 취업시기 청년들이 구직 사이트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주의가 당부된다.

기기 매매 계약서·박스폰·조직원 및 대출 희망자 모집 관련 자료(사진=황병서 기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6일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총책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출희망자에게 고가 휴대폰을 개통시켜 사들인 뒤, 단말기와 유심을 되파는 수법으로 약 6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형법상 범죄집단이 적용된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A씨 등은 2019년 11월 자신의 지인이나 구인·구직 광고를 통해 모집한 상담원, 개통·관리책 등을 조직적으로 규합해 휴대폰깡 범죄집단을 결성했다. 대구·경북 구미 일대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상담 콜센터를 마련했다. 행동지침을 정해 수시로 조직원을 교육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상담원, 휴대폰 개통 기사, 대리점 판매원, 통신 조회원자 등을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인터넷 대출광고를 보고 연락한 소액대출 희망자에게 “일반 대출이 부결됐다. 휴대폰을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른바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최신 휴대폰 단말기(대당 130만~250만원 상당)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후 명의자에게는 기종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급했다.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 조직에 유통했다.

A씨 등의 휴대폰깡에 이용된 명의자만 2695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은 총 3767대였다. 단말기는 국내·외에 유통하고 유심은 피싱조직 등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약 64억원을 취득했다. 이들을 통해 유통된 불법유심 중 172개가 보이스피싱, 불법리딩방 등 각종 사기범죄 278건에 이용돼 약 339억원에 피해액을 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3년의 약정 할부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대출희망자의 약 63%가 할부금을 연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4월 발생한 ‘강남 마약 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의 개통·유통 과정을 추적했다. 수사하는 과정에서 휴대폰깡이 이용된 단서를 포착해 지난 1월 수사에 착수했다. 총책 B씨와 C씨는 A씨 밑에서 기사, 조회업자로 각각 활동하다가 2020년 11월과 2021년 11월 또 다른 범죄집단을 각각 결성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총 59억 83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확인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하고, 국세청에 피의자들에 대한 탈세자료를 제공했다. 범행 과정에서 대출 희망자들의 휴대폰 요금 연체 이력, 개통 가능 대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이동통신사의 전산망을 통한 비정상적인 정보조회가 있었음이 확인됨에 따라, 통신사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서울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 심무송 계장은 “휴대폰깡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범죄 수법”이라면서 “앞으로 피의자들에게 유심을 사들여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이용한 여타 범죄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범행 수법 흐름도(자료=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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