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정부 빚 GDP의 2.5배, 역대 최고…부동산 폭락 등 두려운 '청구서'

한은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발표
"카드사태 이후 16년 동안 빚 한 번도 안 줄고 쌓이기만 했다"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 역대 최고, 가계 등 민간 부문이 주도해
경기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 더 길고 부동산 하락 등 충격파 커
  • 등록 2021-12-13 오후 12:00:00

    수정 2021-12-13 오후 8:53:03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우리나라의 정부, 민간(기업·가계) 부채를 모두 합한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이 코로나19 여파로 올 1분기 254%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카드사태 이후 레버리징 현상이 16년 동안 누적된데다가 지난해 이후 민간 부문의 빚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통상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은 경제성장 국면에서 국내총생산(GDP) 상승과 기업 투자 등의 긍정적인 이유로도 증가하지만 차입 투자 등에 의한 자산 가격 상승 등을 동반하며 부정적 측면이 강해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매크로 레버리지의 특징은 주요국 대비 가파른 민간 부채의 상승과 취약차주 중심으로 빚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 105%, 주요국 5위

13일 한국은행 조사국 박창현 차장·남석모 과장·진형태 조사역이 발표한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민간·정부 레버리지비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주요국과는 달리 민간이 레버리징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취약부문(저소득층·청년층 등)의 부채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이전(2017년~2019년 평균) 대비 지난해 이후 올 1분기까지를 기준으로 레버리지 상승폭을 글로벌(국제결제은행 기준 43개국), 선진국(미국 등 10개국), 우리나라로 나눠 비교해봤을 때 이같은 특징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해당 기간중 민간, 특히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폭이 10%포인트로 글로벌 평균(6%포인트), 선진국(3%포인트) 대비 두드러졌다. 기업 부문도 13%포인트 레버리지가 증가해 글로벌(10%포인트), 선진국(8%포인트)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정부의 레버리지 상승폭(7%포인트)은 글로벌(13%포인트), 선진국(20%포인트) 대비 높지 않았다.

박창현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일반적으로 경기 위기가 오면 민간, 즉 기업과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고 정부가 재정확장을 위한 부채를 확대하는데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두 부문이 동시에 상승하는 특징을 보였다”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후 가계를 중심으로 한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소득수준(일인당 GDP, 실질 기준)을 고려한 매크로레버리지 추이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 레버리지 증가가 가팔랐다. 우리나라의 가계 레버리지 비율은 일인당 GDP 2~3만달러 구간에서부터 G7국가(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의 비율을 넘어섰다.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은 104.9%로 주요국(평균 63.2%)중 5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2030세대에선 10명 중 9명이 ‘임계수준’을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임계수준을 넘어서 있는 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각각 9.0%, 6.0%로 가장 높았고, 소득수준별로는 저소득층이 각각 14.3%, 5.7%로 가장 높았다. 어리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니고 있단 의미다.

자료=한국은행


민간·정부 빚 동시 증가…경기회복 속도 느리고 충격엔 취약

기업부문에서도 중소기업과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빚이 늘면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전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전년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특히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1.9%포인트)과 코로나 충격의 영향이 컸던 숙박·음식 업종(6.8%포인트)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한은 조사국은 이처럼 모든 경제주체들의 빚이 동시에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향후 경기 충격이 왔을 때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세계 42개국의 장기 패널자료를 이용해 매크로레버리지의 거시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본 결과, 비교적 작은 경기 충격에 의해서도 자산가격 급락 등 금융불안이 커지고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경우 경기 충격이 더욱 크고 회복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42개 주요국의 가계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디레버리징 기간 중 23%가 주택가격 하락을 동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등의 급락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충격 이후 회복되기까지의 시간도 훨씬 길어진다. 민간·정부 레버리지 비율이 장기평균 수준일 때를 기준점인 ‘1’로 가정하고 해당 비율이 모두 높은 시나리오를 비교해봤을 때 경기 하강 국면 진입 후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각각 2년, 5년으로 최대 3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창현 차장은 “민간·정부 레버리지가 모두 증가하고 취약계층의 부채 익스포저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통화·재정정책이 경기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향후 정책 정상화도 제약될 수 있다”면서 “부채가 성장과 균형된 수준에서 변화하도록 유도하면서 그간 누적된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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