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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검출된 500여건의 ASF 바이러스는 모두 유전형Ⅱ(GenotypeⅡ)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25개의 유전형이 확인된 ASF 바이러스 유전형 중 유전형Ⅱ는 동유럽의 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유럽을 거쳐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됐다.
국내서 검출된 바이러스도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 이에 야생멧돼지 ASF의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국내 유입경로는 하천,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유입경로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ASF 현황이나 유전형 등 자료가 공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을 거쳐 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국내 양돈 농가의 ASF 바이러스도 같은 유전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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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국내 유입 이후에 발생지역 내에서의 전파 경로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 또는 폐사체 접촉인 것으로 판단된다. 멧돼지 간의 전파는 가족집단 내 얼굴 비빔, 잠자리 및 먹이공유 등의 행동과 번식기의 수컷 간 경쟁 또는 암수 간의 번식행동 시 멧돼지 간의 접촉을 통해 일어난다. 비빔목, 목욕장 등 멧돼지 생활환경이 감염 개체의 분뇨, 타액 등으로 오염된 경우 이를 이용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멧돼지 이동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 또는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 4월 30일까지 설치된 18개의 2차 울타리 안에서 주로 검출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자연적인 지리적 확산은 한 달에 약 1~3km의 속도를 이동한다. 접경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는 약 99.5%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30일 현재 검출된 585건 중 광역울타리 내에서 582건(99.5%) 검출됐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조속한 개원을 통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