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국가가 책임진다..감기로 동네의원 찾아도 정신질환 검사

전체 국민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상 문제 경험해
사회·경제적 비용 연간 8.3조원·OECD 자살률 1위
정신질환 치료비 부담 낮춰… 동네의원서 1차 검사
중증질환자 5대 국립정신병원 강제입원시 절차 강화
  • 등록 2016-02-25 오전 10:46:55

    수정 2016-02-25 오전 10:46:55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앞으로 감기 등의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찾아도 환자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되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치료서비스가 대폭 강화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시 환자 치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고, 만성 정신질환자가 전국 5곳에 마련된 국립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입원적합성심위위원회가 구성된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신건강 종합대책 5주년(2016~2020년)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신건강 문제 사회적비용 8.3조

이번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자살예방, 중증 정신질환자 삶의 질 향상, 중독 관리 등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포함된 범부처차원의 종합대책이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전 생에에 걸쳐 한 번 이상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신건강문제 발생시 국내에서는 약 15%만이 치료를 받으며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최초 치료가 이뤄지기까지는 1.61년(84주)이 걸렸다. 미국(최초 치료 52주), 영국(30주) 등과 비교하면 더딘 수준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게 소요됐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지난 2012년 기준 연간 8조 3000억원에 이른다. 정신건강, 음주 중독 등의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도 연 평균 1만 4000여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이상 높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은 지난 2003년 이후 12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정신건강 치료 문턱 낮춰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자 정부는 국민 누구나 신속하고 편리하게 정신질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 진료 문턱을 대폭 낮춘다는 방침이다.

먼저 시·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마음건강 주치의’라는 정신건강학과 의사가 단계적으로 배치되고, 동네 의원에서는 정신건강 조기 발견을 위한 검사(스크리닝)를 진행한다.

관련 환자들은 오는 2017년부터 현재 전국 224개소에서 운영중인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마음건강 주치의을 통해 1차적인 진단과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양성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정신건강 주치의는 우선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이나 정신건강, 정신질환자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울증 등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으나 이에 대한 자각 없이 신체적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방문한 경우에도, 정신건강 검사(스크리닝)를 통해 효과적으로 문제를 발견해 내도록 할 계획이다. 가령 감기나 수면 곤란 등 신체적 불편함으로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발견하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연계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치료시 본인부담률을 기존 30∼60%에서 20%로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상담료 수가를 현실화해 약물처방 위주에서 보다 심층적인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도 개선한다.

하규섭 국립서울병원 원장(서울의대 정신과전문의)은 “환자 중에 우울 증상이 있는데 증상을 ’우울‘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몸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 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동반된 정신과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과 제도 그리고 도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 원장은 이어 “정신과 면담치료 등이 비급여 수가라 치료에 곤란을 겪고 있는 만큼 해당 의료수가는 올리는 대신에 환자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방안 등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강제입원시 인권문제 최소화

만성정신질환자의 빠른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도록 국립정신건강센터(구 국립서울병원)을 비롯해 나주,부곡, 춘천, 공주 등 5곳의 국립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절차도 강화한다. 다만 강제 입원이 가진 인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적합성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적 영역에서 입원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정신질환 당사자·가족·인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단’을 통해 시설 내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정신의료기관 내 행동 제한·격리·강박 등의 기준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양 국장은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시 민법상 부양의무자에 앞서 성년후견인(법적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해 가족 간 불화, 재산문제 등으로 인한 부적절한 입원 등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영철 강북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내과에 입원한 약 70%가 어떤 측면에서는 정신적인 요인으로 악화된 측면이 있다”며 “생애주기별로 정신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도와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아닌 큰 득이 될 수 있다는데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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