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한 검사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될까[사건프리즘]

격무 시달리다 관사서 사망…유족, 소송 제기
法 "법이 규정한 국가유공자 순직 해당 안돼"
  • 등록 2022-06-13 오후 2:09:05

    수정 2022-06-13 오후 9:40:5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사 직무 도중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4년차 검사였던 A씨(1983년생)는 2018년 2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전입했다. 그는 전입 후 같은해 7월까지 공판검사로서 공소유지와 위증수사 업무를 담당했고 이 기간 그가 맡았던 사건은 718건에 달했다. 전입 직후엔 위증사건을 수사해 대검찰청으로부터 ‘2018년 3월 공판업무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무강도가 상당한 공판부에서 A씨는 격무에 시달렸다. 그가 이 기간 검토한 증거기록만 54만 페이지에 달했고, 월평균으로도 약 9만 페이지에 근접한 양이었다. 증거기록 검토 외에도 재판에서 매월 33~83건의 증인신문을 했고, 법원에 제출한 서면 작성만 매월 70~90페이지였다. A씨는 같은 해 7월엔 북한이탈주민 및 소년사건 전담 수사검사로, 담당 업무를 변경했다.

업무 특성상 야근도 잦았다. 2018년 7월과 8월 각각 초과근무시간은 36시간과 38시간에 달했고, 천안지청 전입 후 초과근무는 최소한으로 계산할 때 135시간에 달했다. 격무에 시달리던 A씨는 2018년 9월 자정이 넘은 시간 퇴근길에 관사 엘리베이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곧장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쓰러진 지 2시간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씨 유족은 이듬해 2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으나 보훈처는 2020년 4월 “A씨가 국가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다고 인정할 만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검사로서 수행한 범죄 수사 등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이 규정한 순직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수행 업무가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돼 있다”면서도 “A씨 업무가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직접적 관련 직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A씨 유족은 항소를 포기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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