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백서'VS'조국 흑서'…공정·정의를 향한 동상이몽

정권 지지자들과 등 돌린 진보 논객들
조국 일가 사모펀두 투자 두고 입장 첨예
무너진 정의 '586 정치 엘리트'·'검찰' 때문
  • 등록 2020-09-02 오전 11:01:00

    수정 2020-09-03 오전 11:01:33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우리 시대의 평등·공정·정의는 무엇인가?”

지난해 겨울 우리 사회를 둘로 나눴던 ‘조국 사태’를 두고 최근 두권의 책이 출간됐다. ‘조국 백서’로 불리는 ‘검찰 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과 이에 대항해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가 그것이다. 출간 전부터 논란이 됐던 두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두 책은 ‘조국 사태’라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지만 시각은 전혀 다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책 모두 고민의 지점이 같았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공정·정의란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일가의 돈이 들어간 사모펀드의 성격에 대한 분석부터 입시비리 등에 대한 입장도 첨예하게 갈렸다.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들. 왼쪽부터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강양구 TBS 기자·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서민 단국대 교수(사진=천년의 상상)
현 정권에 등 돌린 ‘흑서’ 저자들…왜?

조국 백서추진위원회가 펴낸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에 대항해 지난달 25일 조국 출간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출간되자마자 매진됐다. 조국 사태와 현 정권을 비판한 책을 쓴 5명의 공동 저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현 정권을 지지했던 인물들이다. 대표적 진보 논객들이 등을 돌린 이유에 대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서민 단국대 교수다. 기생충 학자로 유명한 책에서 문 대통령을 ‘편충’에 비유한데 이어 지난달 28일 자신의 블로그에는 “대통령님, 기생충보다 못하다는 말은 안들어야 할 것 아닙니까?”등의 비판을 가했다. 조국 전 장관을 향해서는 “님을 기생충에 비유하면 말라리아가 딱이에요”라고 하기도 했다. 과거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집권을 지지한 대표적 논객이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초창기 회원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서 교수는 1일 자신의 블로그에 “완전히 변해 버린 내 모습이 낯설지만 이 모든 게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조국 사태 이후 현 정권이 너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사람들이 촛불시민을 대변하고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는 것에 실망했다”며 등을 돌린 이유를 설명했다.

서 교수 외에도 공동 저자로 참여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는 지난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던 이들이다. 책의 서문에서 이들은 “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 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사모펀드 “공직자의 비도덕적 투자”VS“공모펀드 대안”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를 두고 두 책의 입장은 가장 크게 엇갈린다. 흑서 측은 “고위 공직자의 사모펀드 투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비도덕적 투자를 위한 가림막”이라고 비판했다. 백서 측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내정되면서 공모펀드에 가입할 경우 민정수석 가입 상품으로 홍보되는 등 광고 수단이 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은 운용사 ‘코링크 PE’에 조 전 장관 가족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다. 2016년 2월 설립된 코링크PE는 서울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 낙찰과 암호화폐 폭락 직전 관련 펀드를 청산하며 큰 수익을 벌어들였다. 조국 부부는 자금 5억원을 코링크 PE가 설립되기 3개월 전인 2015년 12월 5촌 조카 조범동의 처 이은경에게 줬다.

권 변호사는 “코링크PE가 만든 첫 사모펀드는 암호화폐업체 써트온을 인수해서 코인링크라는 거래소를 차렸다”라며 “2017년 11월에 이를 청산하는데, 한 달 뒤에 금융위·법무부가 암호화폐거래소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폭락 직전에 청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2016년 9월 3차 입찰에서코링크PE가 투자자문을 맡은 피앤피플러스컨소시엄이 탈락하고 S업체가 입찰됐는데, 서울시는 4개월간 감사를 해서 S업체 입찰을 취소시켰다”라며 “정말 이상하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김경율 대표는 “민정수석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인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국가 보조금이 투입되는 유망사업에 관한 정보나 국가정책으로 폐지될 사업에서 엑시트(탈출)할 시기를 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서는 “코링크 PE 설립 시점에 조 전 장관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이어서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사실을 숨길 이유도 없고 투자했더라도 집안 친척에게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려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언론이 관련 보도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해 조 전 장관을 기소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사진=이데일리)
무너진 정의·공정…586 정치 엘리트와 검찰개혁

두 책 모두 지금 사회의 공정·정의가 무너졌다고 분석한다. 흑서는 그 원인으로 ‘586 정치 엘리트’를 꼽는다. 그들이 득세하는 현실 정치 속에서 민주당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보수집단 내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며 “사실상 586정치 엘리트가 새로운 보수 세력이 됐다”고 꼬집는다. 김 회계사도 “어느 순간부터 큰 뭉칫돈들의 흐름이 건설 토건에서 신성장 동력사업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뭉칫돈을 움직일 만한 네트워크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586세대”라고 했다.

이들은 진보 정치의 새로운 리더들이 지금 한국에서 제기되는 여러 불평등이라는 의제를 재해석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모았다.

반면 백서에서는 ‘검찰 개혁’이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책에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부동산 위장거래, 위장소송 의혹이 처음 제기된 2019년 8월 16일부터 조 전 장관이 기소되기까지 검찰의 수사는 과연 적법하고도 적정한 수사였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며 “문재인 정부만 교체됐을 뿐 나머지 기득권 세력은 교체되지 않았고, 정부는 부족하고 더딜지라도 적폐를 청산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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