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춤추는 보리밭…생명력에 놀라다

보리밭 화가 이숙자의 `색채 여정` 전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70여점 선봬
  • 등록 2012-03-22 오후 4:45:54

    수정 2012-03-22 오후 4:46:0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1일자 32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숙자 `청맥-노란 유채꽃`(2012)(사진=가나아트센터)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한국화가 이숙자(70)가 `보리밭`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1970년대 어느 날 동토를 뚫고 올라오는 놀라운 생명력을 봤다. 그 움틈이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보리밭에선 한국적 정취와 미감까지 엿보였다. 싱싱한 초록색과 눈부신 황금색, 은근한 은색과 환상적인 보라색이 수시로 교차했다.

더구나 밭을 메운 보리가 어디 곧게 서있기만 하는가. 줄기와 수염을 휘감는 바람에 물결치는 리듬감은 덤이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보릿대는 좌우로 부대끼며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한 색조를 냈다. 격한 생동감이 내뿜는 색채의 조화, 바로 그거였다. 그렇게 40여년 보리밭 그림을 그려왔다.

`보리밭 화가`란 별칭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보리 알맹이를 그린 작품으로 1979년 국전 특선을 따내고 이듬해엔 보리밭으로 대상까지 받은 터였다. 그런데 작가는 그 별칭이 못내 싫었다고 했다.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보리밭 대신 소를 그렸다. 황금 보리밭 속 소들을 그린 작품으로 “보리밭이여 이젠 안녕”을 고했다. 도발적인 여성 누드화도 그렸다. `이브` 연작이다. 그런데도 보리밭을 향한 미련은 자꾸 되살아나더라는 거다. 다시 고민을 했다. 결국 이브를 보리밭으로 불러왔다. `이브의 보리밭` 연작은 또 그렇게 탄생했다. 1980년대 후반 일이다. 이후 다시는 보리밭을 떠나지 않았다.

작가는 한국 채색화 전통을 현대로 가져온 이로 꼽힌다. 작품엔 주로 에메랄드나 수정, 산호나 비치 같은 보석 원석을 갈아 만든 전통 채색안료인 석채(石彩, 또는 암채)를 쓴다. 순백색 종이 다섯 겹씩을 덧대 만든 캔버스에 여러 번 붓질을 해 선명한 색을 내고 또 보리알의 입체성을 강조한다. 탱글탱글한 보리 알갱이 한 알 한 알,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한 붓질로 세밀하게 표현하는 작업은 그만의 기법이 됐다.

`이숙자의 색채 여정`이라 이름 붙인 전시는 25번째 개인전. 2007년 고려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후 5년 만이다. 1970년대 초기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회화 40여점과 크로키 30여점을 걸고 보리밭과 함께한 40년 세월을 회고한다. 4월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02-720-1020.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