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의 발달로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가 확대되고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숙명아래 무차별적인 정보를 쏟아낸다.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좀 더 단순하게 살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이런 질문조차도 복잡함을 더한다. 그러면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영국의 작은 마을 오컴(Ockham)에서 출생한 논리학자 윌리엄(William)의 주장에서 유래된 ‘오컴의 면도날’에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윌리엄은 어떤 사실을 설명하는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을 때 가정의 개수가 가장 적은 가설을 채택해야 본질을 잘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불필요한 가정들은 면도날로 잘라내듯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단순성의 원칙 또는 논리 절약의 원칙이라고 하기도 한다.
복잡함을 이겨내는 좋은 조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윌리엄(1285년~1349년)은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이 아니라 중세말기 14세기의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이다. 중세시기에도 복잡함 때문에 고민을 했던 것이 틀림이 없다. 그가 말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 것과 불필요한 존재와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점은 좋은 힌트가 된다.
회사에서 얼마 전 일사분기를 마치고 비즈니스 결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다음 분기에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진행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실적이 저조한 팀에서 자료를 발표하는 동안 논쟁이 있었다. 그 팀의 발표자료 첫 번째 페이지는 경제성장율(GDP),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작은 비즈니스의 분기 실적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거시경제지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변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했다. 현상에 부수적인 그럴듯한 가정들을 더해서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슬며시 화가 나서 비즈니스 실적으로 화제를 집중하려고 하니 또다시 산업전망 등을 들고 나온다. 이렇게 본질이 아닌 헛도는 논리에 시간을 소비하고 만다. 이 팀의 다음분기 실적은 어떨까? 결과를 보지 않아도 실적은 어렵지 않게 예상이 된다. 조직의 리더라면 이런 논란을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쟁만 하는 조직이 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히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는 상관없이 논쟁에 논쟁만 한다. 이런 논쟁으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
오컴의 면도날의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타이어 펑크 이야기가 있다. 타이어에 펑크 난 것을 보고 ‘타이어에 못이 박혔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누군가가 주차장에 와서 펑크를 냈다’라고 가정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진다. 못을 뽑고 타이어 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찾고 펑크 낸 이유를 찾아야 하고, 어떻게 펑크를 내었는가 하는 복잡한 추론에 빠져든다. 물론 사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나친 가정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문제를 선명하게 알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잘 찾는 사람들이다. 말 많은 사람, 특히 이유가 많은 사람치고 영업 실적이 좋은 사람은 없다. 목적달성이 절박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안다면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고객은 통상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한두 가지를 얻고 싶어 한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안다면 아무리 복잡한 실타래도 술술 풀린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알면 그렇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안 되는 100가지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주변에서 딴지 거는 사람들은 멀리해야 한다. 진정한 목적 달성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뉴턴은 “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찾아 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