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파두·이노그리드 사태를 비롯해 새내기주의 연 이은 상장일 주가 급락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 들어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자금회수 방안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벤처캐피탈(VC)들의 회수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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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공모가를 밴드 최하단으로 확정한 기업이 등장했다. 기술성장특례 상장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은 공모가가 밴드 최하단인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부채비율이 높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지속적인 재무 악화가 저조한 수요예측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외에도 최근 주식시장에 새로 입성한 기업들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노스페이스(462350)나 엑셀세라퓨틱스(373110) 등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지난달 2일 공모가 43300원으로 상장한 이노스페이스는 전날인 1일 종가 기준 22700원으로 47.6% 하락했다. 지난달 15일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도 상장 첫날 12900원에서 같은 날 기준 5920원으로 54.1% 떨어졌다.
이에 증권가에선 IPO 시장 과열이 가라앉고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하반기에도 중대형 IPO 대기 물량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을 예측하는 시각도 동반된다.
IPO를 통한 회수를 앞두고 있는 VC 등 투자업계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소위 ‘따따블’(공모가 대비 400% 상승)을 달성하는 종목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등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2020년~2022년 사이 과대평가된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단행했던 투자사들은 예상했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졌다.
국내 VC들의 투자금 회수 방안은 장외 매각 혹은 IPO로 한정적인 상황에서 IPO 한파는 벤처 업계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의 올 2분기 발표에 따르면 국내 VC들의 회수유형 중 IPO는 전체의 35.4%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자연스럽게 IPO까지 가기 전 중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세컨더리 시장으로 출구를 찾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2050억원 규모로 결성한 DSC인베스트먼트(241520)의 ‘DSC세컨더리패키지인수펀드제1호’는 결성 3개월 만에 펀드 소진율이 2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JB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말 결성한 200억원 규모 지분유동화(LP 세컨더리) 펀드인 ‘JB 투자플랫폼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6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소진됐다.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하는 VC들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가 한국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결성한 세컨더리펀드도 연초 345억원에서 최종 500억원으로 증액해 클로징에 성공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가 막히면 자연스럽게 신규 투자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며 “IPO만으로는 만기를 앞둔 펀드 물량을 소화하기는 벅차 세컨더리펀드에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