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열정·참신함’ 무장한 젊은 개발자들…“인디게임 반란 지켜보세요”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버닝비버 2022’ 가보니
서울서 열린 첫 인디게임축제, 접근성 높은평가
참신한 아이디어·장르 무장한 인디게임사들
개발자들 교류의 장도, 1인 英개발자 참가 ‘눈길’
첫 행사이지만 ‘합격점’, 권혁빈 이사장 등 현장독려도
  • 등록 2022-12-16 오후 4:39:17

    수정 2022-12-19 오전 7:44:24

16일 오후 서울 가로수길 인근 건물에서 열린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버닝비버 2022’ 1층 전경. (사진=김정유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열정’과 ‘참신함’이 곳곳에 묻어났다. 젊은 개발자들은 자신의 게임들을 홍보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쏟아지는 참신한 게임들에 관람객들은 눈길을 사로잡혔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과 관람객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의 장.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2’ 현장이다.

16일 오후 서울 가로수길 인근에서 열린 ‘버닝비버 2022’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현장을 방문했다. 행사 소식을 듣고 찾은 일반 관람객들은 물론, 게임 업종에 종사하는 젊은 개발자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버닝비버 2022’는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센터(이하 퓨처랩)가 국내 인디 게임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18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인디게임 페스티벌이다.

가로수길 인근 건물을 통째로 활용한 ‘버닝비버’는 지상 2층부터 지하 2층까지 총 4개층을 사용했다. 개발자들이 쉬는 공간인 지상 2층을 제외하면 모두 인디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행사장 1층엔 프로토타입의 인디게임 16종을 무작위로 즐길 수 있는 기획존이 있다. 부스 속 모니터에 뜨는 인디게임을 체험하는 동시에 헤드폰을 쓰면 해당 게임의 개발자가 육성으로 기획의도 등을 설명해준다. 부스 오른쪽 디스플레이에도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버닝비버 2022’ 건물 지하에 마련된 수많은 인디게임 부스에 관람객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지하 1층부터는 인디게임 개발사들의 전시 및 체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젊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게임 홍보는 물론 타 부스도 둘러보며 서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강성욱(23) 게임셀팀 개발자는 “외부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던 인디게임들을 직접 보고 플레이해보기 위해 참여했는데, 개발자 입장에선 다른 게임들을 직접 조작해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너무 필요하다”며 “특히 ‘버닝비버’는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접근성이 너무 좋다. 다른 인디게임 행사들과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버닝비버’에 출품된 인디게임들은‘다양한 장르’가 돋보였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인디게임사 블랜비팀은 개발 단계에 있는 비주얼 노벨 게임 ‘가짜하트’를 출품했다. 정교한 일러스트와 음악을 중심으로 소설을 읽는 듯한 게임 진행이 특징이다.

박재현(25) 블랜비팀 개발자는 “총 8명이 개발 중인데, 기존 비주얼 노벨보다 이미지 품질과 영상 연출 등을 강화했다”며 “부산에서 열린 인디게임 행사 ‘BIC 2022’에서 오디오와 내러티브상을 받았다. 상호작용에도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동건(26) 개발자는 이번 ‘버닝비버’에 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접근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스마일게이트 측의 인디게임사 배려가 진심으로 와 닿았다”며 “다른 대규모 전시회에서 인디게임사들에게 배정되는 공간은 너무 협소한데, ‘버닝비버’는 넉넉한 공간은 물론 개발자들이 휴식을 할 수 있는 곳도 제공한다. 회의할 수 있는 공간도 주는데 너무 편했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약한 인디게임사들이만큼 MMORPG같은 장르대신 비주얼 노벨, 액션 어드벤처, 퍼즐 등의 장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인디게임사 삐요스튜디오는 퍼즐 어드벤처 ‘길고양이 이야기2’를 선보였다. 아기 고양이를 조작하는 일종의 힐링 게임인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 자금을 확보하는 등 일반 게임팬들에게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이 회사의 김명진(28) 대표는 “현재 2명으로 1년 정도 개발 중에 있는데, 내년 2월 출시를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우선 PC를 시작으로 스위치 등으로 플랫폼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번 기회가 생겨 홍보 차원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는 노란 머리의 외국인 개발자도 눈에 띄었다. 영국에서 온 바랜드 해리스(Barend Harris)씨다. 그는 1인 개발사로 ‘버닝비버’에서 리듬게임과 숨은그림찾기 장르를 결합한 게임을 선보였다. 다른 인디게임 행사에서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해리스씨는 “현재 인공지능(AI) 개발자로 일반 회사에 다니면서 별도로 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음악과 그림에 관심이 많아 이를 결합한 게임을 개발 중인데, 이용자들이 재미있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사진=김정유 기자)
특이하게도 인간의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횡스크롤 액션 RPG ‘베이퍼 월드’(얼라이브) 역시 눈길을 끈 작품이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트라우마가 몬스터로 표현되고, 이를 퇴치하는 내용이다. 현장에서 본 ‘베이퍼 월드’는 고퀄리티의 그래픽은 물론, 적절한 타격감도 느껴졌다.

김동규 얼라이브 전투기획 개발자는 “본격적인 게임 개발은 2년 정도 진행했고, 내년 3월 얼리액세스로 출시 예정”이라며 “난도는 상당히 높은 편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의 첫 인디게임 페스티벌 도전은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참가한 많은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만족을 표했고, 일부는 ‘고마움’까지 피력했을 정도다. 현장에서 만나 한 개발자는 “그럴싸한 인디게임 축제를 열어줘 스마일게이트에 고마울 따름”이라며 “향후엔 더 홍보에 신경을 써서 더 많은 대중들이 찾아오는 행사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이런 인디게임 행사를 연건 창의, 창작, 창업 생태계 조성과 확산 차원이다.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이사장도 이날 오전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 격려를 했고, ‘로스트아크’를 총괄했던 금강선 전 디렉터와 한영운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대표도 현장을 찾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퓨처랩 센터장은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창의, 창작, 창업 생태계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라며 “수많은 창작자들의 열정과 도전, 실험정신의 산물인 다양한 인디게임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각 부스를 찾아 인디게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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