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보다 빨리, 그것도 전체가 아닌 일단 완성된 쇄신안부터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민심이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다만 사임이 확실시됐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의 유임으로 쇄신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완구 카드 꺼내든 朴, ‘민심이반’ 고려한 듯
박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과 20일 국무회의에서 ‘소폭’ 개각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정홍원 총리가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 사실로 굳어졌다. 그러나 최근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레임덕 마지노선인 30%까지 ‘거침없이’ 곤두박질치면서 ‘총리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연말정산 폭탄’ 논란 과정에서 당·청 관계의 균형추가 당으로 급격히 쏠린다는 분석마저 나오자 당의 원내 사령탑인 이 총리 후보자를 조기 호출해 당·청 관계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데다,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강점도 한몫했다.
조직개편의 핵심인 대통령 특별보좌관단(특보단) 신설도 당·정·청은 물론 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국정동력의 힘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칫 기존 수석비서관들과 불필요한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가가 ‘성공’의 관건으로 떠오른다.
김기춘·3인방 유임은 불씨..또 ‘불통’ 논란?
그러냐 야권은 물론 여권 핵심에서까지 사임 압력을 받던 김기춘 실장이 당분간 유임되면서 박 대통령의 쇄신안이 힘을 받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 윤두현 홍보수석은 “지금 청와대 조직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된 상황이 아니다”며 ‘한시적’ 유임임을 시사했지만 당장 야권의 반발이 거슬린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설이 파다한 가운데 이르면 2차 쇄신안이 발표되는 다음주나 늦어도 5월쯤에는 김 실장에게 명예퇴진의 길을 열어줄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후임 실장에는 황교안 법무장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본인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과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재확인한 이번 쇄신안으로 ‘불통’ 논란이 다시금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총리 교체’보다 ‘3인방 유임’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심 몰리는 ‘정무특보단’ 및 ‘개각’
이르면 다음주 이뤄질 2차 개각 및 청와대 추가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보단 4명이 모두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채워진 만큼 추후 발탁될 정무특보단에는 2명 이상의 정치인이 이름을 올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회와의 무난한 소통이 가능한 친박(친박근혜)계 전·현직 의원들이 주로 거론된다.
이주영 전 장관의 사임으로 공석인 해양수산부를 포함한 2~3명의 부처 장관도 교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자 모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직무를 계속 수행해온 장관들이다. 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교체 대상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