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딱 기다려라” 이준석, 완승…與비대위, 열흘만에 붕괴(종합)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법적 공방에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호영 비대위호(號)가 출범 열흘 만에 붕괴하게 됐다. 주 비대위원장이 직무가 정지되면서 나머지 8명의 비대위원도 자동으로 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이 전 대표의 징계가 풀리는 내년 1월 8일까지 사실상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지도 못하게 되면서 자중지란을 겪던 여당이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참석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다시 권성동 직대 체제…당 지도부, 3인 체제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은 채권자(이준석)와 저촉되는 지위에 없다는 이유로 신청이 각하됐다.

법원은 비대위 출범 요건인 비상상황을 설정한 것을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최고위 의결부터, 전국위원회 의결까지 진행된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주 비대원장은 직무가 정지됐다. 사실상 비대위 운영을 할 수 없는데다 비대위원 구성도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는 해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당은 또다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앞서 비대위 전환을 하기 이전에 최고위원 중 배현진, 조수진, 운영석, 정미경 위원 등이 사퇴하면서 현재 남은 최고위원은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용태 최고위원 등 3명 뿐이다. 당 지도부 체제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비대위 이전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고위원 소집을 위한 전당대회도 이 전 대표가 돌아오기 이전까지는 열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당헌 제14조에 따르면 임시전당대회는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이 있거나, 전당대회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 또는 책임당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전당대회 의장이 소집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전당대회를 열게 되면 최고위원과 함께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소집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한 관계자는 “비대위가 사실상 해체됐기 때문에 당 지도부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최고위원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는 이 전 대표가 없는 상황에서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 전 대표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8일까지 새로운 당 지도부를 꾸릴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현재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답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준석, 복귀 가능성…與 “법원 과도한 침해” 이의신청 예고

이 전 대표의 반격에 당도 혼란에 빠졌다. 지난 25일과 26일 연찬회를 마친 직후에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자 당의 수습방안 마련에 분주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4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에 주 비대위원장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주 위원장은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당 상임 전국위원회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것은 정당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상시적인 결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빠른 시일 내 법률적 검토롤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추가적인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 전 대표가 복귀할 경우 당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 전 대표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거나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가 복귀하면 윤핵관(윤석열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정계 은퇴시키로 온 것으로 보면 된다’, ‘윤핵관이 명예롭게 정계 은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 등 저격성 발언을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에 속하는 의원들이 탈당을 하며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