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계와 IT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 승인을 잇따라 요청하고 있다.
美 반도체산업협회, 화웨이 제재 강화안에 입장문 발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제재 강화안을 발표하자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규제안을 검토중이지만 반도체 거래에 대한 이와 같은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부분적인 제한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고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 민감하지 않은 상용 반도체를 판매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이것이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 안보에 핵심이라는 견해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제재가 목전을 앞두자 가장 다급해진 것은 미국 현지 반도체 기업들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 고위관리자 3명이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대정부 로비 업무를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트릭 윌슨 전 상무부 비즈니스 연락 담당 이사가 미디어텍의 대관부서 부사장으로, 존 쿠니 국제무역국 부차관보는 스카이 워터 대관업무를, 리치 애쉬우 전 산업보안국 차관보가 반도체 공급 업체 램 리서치의 글로벌 대관업무 부문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제재 실현으로 입을 회사와 반도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로비 활동에 적극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위챗 금지령에 애플, 52조 중국시장 잃을 수도
최근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챗 금지령’에 대해, 미국 기업 애플이 몇 년 동안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온 440억 달러(한화 약 52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애플의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이다. 아이폰SE 같은 저렴한 단말기로 중국 소비자를 유인하려는 애플의 전략은 위챗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쟁자인 화웨이 단말기에서는 위챗을 자유롭게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자들에게 다운로드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퀄컴, 화웨이와 거래 위해 美 행정부 설득 나서
이밖에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통신용 칩 제조사 퀄컴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 설득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퀄컴은 제재 탓에 매년 80억 달러(한화 약 9조5천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삼성과 대만의 미디어텍과 같은 외국 경쟁업체들에 내주게 됐다는 논리로 美정부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5G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기술과 주도권이 위협을 받게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국가 이익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미국 기술 업계, 중국 의존도 높아
미국 기술 업계가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英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과 중국, 두 ”테크 월드(Tech world)“ 의 분리는 수백 개의 미국 기술 기업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시장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인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인텔, 브로드컴 등 5개 미국 칩 기업들은 매출의 25%에서 50%까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美 반도체 회사 스카이웍스(Skyworks) 최고재무책임자 크리스 세네사엘(Kris Sennesael)은 ”중국에서 5G가 정말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이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강점을 어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