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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2500명 가량인 ETRI 전체 연구원을 대상으로 특허 프로젝트인 ‘Breakthrough One-One-One’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연구원 1명이 1년간 해당 분야의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만한 기술을 1개씩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연구원들이 전자·전기·통신·컴퓨터 등 분야에서 개발한 기술은 내부심사와 동료평가 등을 통해 S급·A급·B급·C급으로 나뉜다. 수준이 가장 높은 S급과 A급은 미국 등 해외에 특허출원을 원칙으로 하며 B급은 국내특허 출원용으로 사용된다. 수준이 가장 낮은 C급은 특허출원이 불가능하다. 연구원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들어 특허의 질과 양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김 원장의 시도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ETRI는 미 특허청에 매년 700~800건의 특허를 내며 지난 2010년 세계 각국 연구소 가운데 미국 특허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연구소와 대학, 정부기관 등을 모두 합한 2011년 평가에서도 종합 1위에 오른 뒤 올해까지 3년 연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포드대등 미국 유수의 대학은 물론 독일 프라운호퍼나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세계적인 연구소도 제친 결과다. 정부는 2일 이번 결과를 발표하며 “‘과학강국 한국’의 기술력을 입증한 쾌거”라고 했다.
ETRI는 다만 ‘장롱특허’를 양산하는 특허의 양적확대는 이제 지양하고자 한다. 국제 표준특허와 같이 수준 높은 특허 만들기에 주력한다. 현재 32개의 세부과제를 5세대(5G) 통신과 실감방송 등 중대형 과제 10개로 재구성한 연구 몰입도를 높이는 게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지식재산이 제일 중요하다”며 “지식재산 분야에서도 특허는 경제가치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발명공장’을, 벨 연구소는 ‘아이디어 공장’을 만들었다. 지난 1998년부터 ETRI에 몸 담고 있는 김 원장은 이 곳을 세계적인 ‘특허공장’으로 만들어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무상으로 많이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