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스캔들만 쳐다봐서야…

  • 등록 2007-04-16 오후 6:36:32

    수정 2007-04-16 오후 6:36:32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제대로 된 양말 한 컬레 살 돈도 없던 울포위츠가 애인의 연봉을 6만달러나 더 올려줬다"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스캔들이 외신 지면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여자 친구외에도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든든한 `빽` 덕분인지 그는 물러날 의사가 없다며 일단 버티겠다는 분위깁니다. 국제부 김국헌 기자는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스캔들 자체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데요. 들어보시죠.
 
 
최근 외신에는 울포위츠 총재가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여자 친구 특혜 스캔들로 빚어진 퇴진 압력을 뚝심으로 넘기나 했더니 이번에는 세계은행 고위관리로 영입한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게 직위에 맞지 않는 연봉을 책정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버티는 자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어디까지 쏟아질지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세계 금융계의 양대 국제기구인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주말 본부가 위치한 미국 워싱턴에서 정기 회의를 열었습니다. 앞서 선진 7개국(G7)의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연석회의도 열려 외환과 주식 등 금융시장이 두 회의를 예의주시했습니다. 그러나 스캔들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언론들은 현안들보다 더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했습니다.

 
▲ 폴 울포위츠 총재(왼쪽)와 애인 사하 리자
여자 친구 사하 리자의 승진과 연봉 인상 스캔들이 공교롭게도 회의 직전에 터지면서, 세계은행과 IMF 회의는 물론이고 G7회의도 예년에 비해 언론의 주목을 덜 받았습니다.

언론이 더욱 주목한 것은 위안화 절상, 세계 경제 성장, 도하라운드, 헤지펀드 등 굵직한 국제 현안들보다 울포위츠 스캔들의 사실 여부와 그를 둘러싼 내홍, 그리고 거취 문제였습니다. 
 
세계은행과 IMF는 분명히 세계 금융 관련 국제기구 가운데 가장 영향력있고 인정받는 기구입니다. 그러나 달라진 경제 구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떠오르는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양대 기구가 아시아와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다른 경제 주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 하는 대목을 특히 문제삼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한 바 있는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이 부분을 지적한 적이 있었죠.

통상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IMF 총재는 유럽이 맡는 식으로 두 대륙이 국제기구의 대표 자리를 독점하면서 두 기구는 양대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특히 세계은행은 구조적으로 미국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밖에 없어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세계은행은 주요 결정을 내리려면 절대 다수인 85%의 찬성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의결권 16.4%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이 반대하면 그 어느 안건도 통과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폴 울포위츠 총재의 관계를 풍자한 영국 가디언지의 시사 만화.
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대 여론은 상당합니다. 이번 울포위츠의 사퇴에 미국을 제외한 다수 회원국들이 목소리를 같이 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부시의 일방적 외교정책과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 체제에 대한 불만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폴 울포위츠는 전임 국방부 부장관 시절부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주도한 핵심 네오콘 중 한명입니다. 그 때문에 각국에 포진한 `안티`들이 많고, 이들의 입김이 퇴진압력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미국이 주도해왔던 국제금융시장의 질서는 갈수록 퇴조해가는 기미가 뚜렷합니다. 지난 주말 열린 두 회의에서 중국과 유럽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이 더 이상 경제 패권을 독점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공세에 대해 미국 의회의 보호주의 움직임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도 친정이 미국인 헤지펀드의 정보 공개를 위해 규제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을 위한 도구로 IMF를 활용할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이같은 추세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이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색이 국제기구란 곳이 미국의 손아귀에 좌지우지되고, 미국의 목소리만 대변하다가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울포위츠 총재가 자리에 걸맞지 않게 애인의 밥그릇을 챙겨주다가 총재 사퇴 압력에 직면한 것처럼, 세계은행이 세계 국가들의 외면을 받는 유명무실한 국제기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의 지명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은행의 위상을 한순간에 독립적으로 바꾸기는 힘들지만 경제 패러다임은 미국 중심의 독주 체제에서 유럽, 중국 등 다자구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소비와 생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선진국들을 제치고 부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의 후발주자들도 더 이상 미국과 유럽만 쳐다보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든든한 빽을 믿고 권한을 남용하다가는 힘을 키우고 세력을 결집한 소수의 목소리에 밀려날 수도 있다는 것을 울포위츠 사태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울포위츠 스캔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그의 거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번 사태가 세계은행 개혁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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