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실수로 환자 화상…대법 "의사, 관리감독 의무 위반"

전기수술기 패치 떨어져 환자 화상 입어
1심 "의사, 예견 가능…주의의무 위반"
2심·대법 기각…"법리 오해 잘못 없어"
  • 등록 2024-03-21 오후 12:00:00

    수정 2024-03-21 오후 12: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전기수술기를 이용한 수술에서 환자 몸에 부착한 패치가 떨어질 경우 환자가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패치 부착 부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의사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다. 실제 패치 부착행위는 간호조무사가 했더라도 업무상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의사가 부착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상,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피고인 A씨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원장으로, 환자 진료 및 의료진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했다. 2018년 4월 28일 전기수술기를 이용해 피해자 B씨의 가슴확대수술과 팔지방흡입술을 진행했다. 수술 중 B씨 정강이 부위에 붙였던 패치가 떨어졌고 전류로 인한 스파크가 발생해 B씨가 발목과 발 부위에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화상을 입었다.

전기수술기를 이용한 이같은 수술은 패치가 떨어질 경우 환자가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인 피고인 A씨가 패치 부착 상태를 직접 확인하거나 패치 부착이 제대로 됐는지 관리·감독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이를 게을리 한 채 간호조무사 C씨에게 사전교육이나 주의를 준 적이 없고 사고 당시 수술에서도 패치 부착 상태를 직접 확인하거나 다른 의료진으로 하여금 확인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A씨는 해당 수술의 진단 및 치료내용, 수술 중 화상을 입은 사실을 진료기록부에 기록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화상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고 패치 부착행위는 간호조무사 C씨의 업무였다”며 “해당 의료사고는 전기수술기의 오작동이나 제조물의 결합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의료사고는 전기수술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며 “의사인 A씨는 이 사건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고, 의사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은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해 면밀하게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의 업무상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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