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굶고 일해도 3~5만원"…中 최악 실업난에 택시앱 '포화'

청년실업난에 정리해고까지…너도나도 택시 운전기사
4월말부터 3개월간 택시앱 종사자 40만명 급증
전국 운전기사 580만명, 경쟁 과열로 수입 감소
"경기둔화 지속…포화 진정돼도 수입 개선 어려울 것"
  • 등록 2023-08-16 오후 2:44:29

    수정 2023-08-16 오후 3:47:41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택시 호출 서비스(택시앱) 디디글로벌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제임스 카이(33)는 하이난성에서 오전 8시부터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근무해 하루 200~300위안(약 3~5만원)을 벌고 있다. 그는 “경제가 좋지 않아 수많은 직장인들이 해고를 당한 뒤 택시앱 운전기사를 시작한다. 대부분 20~30대다. (하지만) 이 일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이 지난 6월 사상 최고치(21%)에 이른 가운데 중국 택시앱 운전기사직 종사자가 급증했다. 경기침체로 취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나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전기사 상당수의 수입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한 택시 정류장 풍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와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로 많은 사람들이 택시업계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관용 언론은 중국 교통부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4월 말부터 약 3개월간 중국에서 택시앱 운전기사직에 뛰어든 사람이 약 4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에 있는 300여개 택시앱은 전국 택시 운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택시앱 운전기사 수 증가는 중국의 고용시장 침체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의 자동차·여행 산업 전문가 왕커는 “(고용시장 등) 중국의 사회·경제적 환경의 악화로 일자리가 줄어 노동력이 택시앱으로 유입됐다”며 “실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택시앱 업계를 첫 번째 선택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전기사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전국 택시앱에 등록된 580만명의 운전기사 중 상당수의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며 “경제학계에서는 운전기사 수가 지금보다 줄어든다고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업계 포화 상태가 진정되더라도 운전기사들의 수입이 개선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로이터는 “이미 주춤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에 압박을 가하는 데이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의 7월 성장률이 더욱 둔화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0.3% 하락해 마이너스 전환했고, 소매판매 및 산업생산도 각각 전년 동월대비 2.5%, 3.7% 상승하는데 그쳐 전월대비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이에 중국에선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상하이의 택시앱 운전기사 리 웨이민은 “중국의 취업 시장은 위축됐다”며 “운전기사들이 낮에 식사를 하지 않고 밤에 귀가해 한 끼만 먹으며 생계를 유지하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다른 일자리가 없어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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