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6300억' 현대重 통상임금 소송서 근로자 손 들어줘(종합)

회사 승소 2심 파기…"신의칙 이유 청구 배척 안돼"
대법 "14~15년 일시적 경영악화…충분히 예견 가능"
현대미포조선 870억 소송도 근로자 승소 취지 판결
  • 등록 2021-12-16 오전 11:32:43

    수정 2021-12-16 오후 8:58:18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의 골리앗 크레인이 해무에 덮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현대중공업의 6300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근로자들이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회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경영상태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엔 신의성실원칙을 들어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 경영지표가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량 감소, 중국 기업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수출 점유율 하락, 동종업계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주 실적 감소 등으로 2014년과 2015년 무렵 악화됐다”면서도 “현대중공업이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대중 기업규모 고려하면 일시적 어려움”

대법원은 “국내외 경제상황 변동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은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 내에 있고 현대중공업의 기업 규모 등에 비춰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재산정으로 실질임금 인상률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통상임금 신의칙 주장과 관련해 기업 운영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와 관련해 기업의 계속성이나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근로자들은 각각 2012년 12월과 2013년 4월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매년 기간상여 500%, 연간상여 200%, 명절상여 100%를 지급했는데, 근로자들은 “회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이를 근거로 한 각종 법정수당과 퇴직금 일부가 적게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등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아 기준금액이 적게 설정된 만큼 이를 재산정해 차액만큼 지급을 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소송에서의 쟁점은 신의칙 판례 적용 여부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측은 ‘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선 안된다’는 주장과 함께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이를 지급하는 것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만큼 신의칙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2심 모두 통상임금 설정 시 상여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신의칙에 대한 판단은 엇갈렸다.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미지급 임금을 줄 경우 회사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180도 달랐던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재판 과정에서 통상임금을 재산정할 경우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을 회계법인에 의뢰해 산정한 결과를 제출했다.

1심 “경영상 인정 안돼”→2심 “존립 위태”

현대중공업의 경우 명절상여를 제외한 상여금 700%를 산입할 경우 추가 부담액은 약 6300억원, 현대미포조선은 상여금 800%를 산입할 경우 추가 부담액은 약 868억원이었다.

근로자들이 임금을 적게 받았다고 주장한 2009~2012년 현대중공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최대 3조 5636억원에서 최소 1조 2929억원이었지만 소송 제기 이후인 2013년부터 경영지표가 급격히 나빠졌다. 2015년 경우 영업손실이 1조 9232억원에 달했다.

1심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총 2012년까지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둬왔고 2014년 적자에도 재무상태가 매우 악화돼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지급 금액을 지급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근로자들의 소송 제기 후 1년 이상 지난 이후인 2014년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은 맞지만 그 사정만을 고려하게 되면 법원 판단시의 우연한 사정으로 판결이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근로자들이 청구한 미지급 임금은 애초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해 회사에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며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춰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와 노동조합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인식 하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협상이나 단체교섭을 해왔다”며 “회사가 추가 부담액으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안게 돼 적자의 지속적 누적으로 재무적인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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