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과 장상은 이렇게 달랐다

  • 등록 2006-04-18 오후 7:30:57

    수정 2006-04-18 오후 7:30:57

[오마이뉴스 제공] 장상, 장대환, 김석수, 고건, 이해찬….

2002년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이후 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에 임명되거나 '서리' 딱지를 떼지 못한 사람은 총 5명. 여성으로는 두 번째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한명숙 지명자까지 포함하면 총 6명이다.

후보자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 재산과 도덕성 등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 청문회의 풍경이다. 하지만 17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열린 한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는 '대체로 무난하다' 못해 '밋밋하다'는 평까지 들었지만 기자의 눈길을 끈 세 가지가 있었다.

1. 복잡한 숫자가 없었다

항상 '억' 소리가 났던 청문회. 후보자들이 갖고 있던 땅이나 주택 등의 가격이다. 청빈한 공무원의 삶을 강조하려는 후보자와 혹시나 가려진 것은 없나 냄새를 맡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는 항상 억대 규모의 재산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한 지명자의 청문회에는 억대는커녕 만원짜리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한 지명자가 가진 것 없이 살았다는 것.

여당 의원들이 한 지명자에 대해 "서울에 자기 집과 땅을 한 번도 가져본 적도 없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도 없다"(박영선 의원), "인사 청문회를 일곱 번 해봤지만, 땅 한 평 없는 후보는 처음"(최재천 의원) 등의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한 지명자는 청문회 전 자료제출을 통해 본인 명의로 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32평 아파트 전세금 1억6000만원 등 2억1000만원의 재산과 3000만원의 채무 내용을 공개했지만, 청문회장에서는 재산과 관련해 거의 언급이 없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에 한 지명자는 "평생 사회의 소외자에게 관심을 갖고 살았다"면서 "공직에 들어와 상층에 많은 사람과 접했지만 서민과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2. "여성들한테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네"(웃음)

이번 청문회에서 후보자 검증을 위해 한 지명자를 공격해야 했던 야당 의원들은 적잖이 방청석의 눈치를 봐야했다. 방청석의 과반이 '여성운동의 대모'인 한 지명자의 청문회를 지켜보겠다고 나온 여성들이었기 때문.

여성부장관직을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공동대표 등 여성운동에 잔뼈가 굵은 한 지명자이다 보니 여성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응원차 방문한 것이다. 남윤인순·정현백 여성연합 공동대표, 박인혜 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 등과 김희선·이미경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들이 각각 방청석과 한 지명자의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이들은 유재건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일어나 악수를 건넸고 유 위원장은 "여성들한테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네"라며 웃어보였다.

이들은 17일 오전 청문회가 마친 뒤 지명자에게 "애썼다"며 악수를 건넸고, 이후에도 이들은 "오늘 오후에 내가 (방청하러) 오겠다", "내일 오전에 와달라"는 등 다음날(18일) 방청을 위한 작전을 짰다. 18일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한 지명자에게 날을 세웠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살살 좀 하지 그러셨냐"며 농담 섞인 압박을 했다.

10여명의 여성 방청객이 청문회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가 있었다. 장 전 총리 서리는 지난 2002년 부동산 투기 논란, 아들의 국적 의혹 등으로 인해 여야의 임명 동의 부결에 부딪혔던 인물로, 현재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 지명자가 신임 총리로 거론되자 언론은 장 전 총리 서리와 한 지명자의 공통분모를 찾았다. 두 명이 이북 출신인 점(장 전 총리 서리-평북 용천, 한 지명자-평남 평양)과 이화여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 학계와 재야에서 각각 '대모' 역할을 하는 점 등이다.

하지만 17일 한 지명자의 청문회장을 찾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장 전 총리 서리와 한 지명자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한 지명자의 차별성에 대해 ▲민주화 운동가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할 만한 능력 ▲여성부·환경부장관 등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을 꼽았고, 정현백 공동대표는 "(장 전 총리 서리에게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기 전에는 지지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3. "후보자님, 여기 한 번 봐주십시오"

청문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문건이다. 자칫 폭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스타가 된 의원들도 적지 않다. 준비한 문건과 함께 후보자를 향한 날카로운 눈빛은 카메라 기자들의 좋은 모델이 되기 때문에, 의원들의 언론 데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전에 준비한 문건이나 게시판을 꺼내며 포문을 여는 의원들의 말. "후보자님, 여기 한 번 봐주십시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문회 중간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18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김재원·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준비한 북한 관련 비디오, 박형준 의원이 준비한 '화려한 약속-우울한 성과'라는 제목의 참여정부의 공약에 대한 게시물에 그쳤다.

대신 한 지명자의 업무 능력을 떠보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퀴즈형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될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냐"(주호영 의원),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무엇이냐", "북한 노동당 규약을 읽어본 적 있나, 몇 번 개정되었는지 아느냐", "NLL이 무슨 뜻이냐"(김정훈 의원), "박근혜 대표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해달라"(진수희 의원) 등 일문일답용 질문이 쏟아졌다.

갑작스런 질문에 한 지명자는 당황한 표정을 짓자 김정훈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맞느냐"며 다그쳤다.

18일 청문회 도중 총리실 관계자들이 '커닝 페이퍼'를 한 지명자에게 건네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뒤에 앉은 분이 너무 자주 답변을 대신 써주는 것은 한 지명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럼 밀실에서 시험을 쳐서 1등은 대통령하고, 2등은 국무총리 시켜라"며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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