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고 정기적금'…금리 올려도 통화량, 약 13년래 최대 증가

한은, 작년 11월 M2 전년동월비 12.9% 증가
정기·예적금, 금융채로 한 달 새 20조원 유입
  • 등록 2022-01-12 오후 12:00:00

    수정 2022-01-12 오후 9:13:5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지만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화량이 약 13년래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대출 규제에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팔아 금리가 올라간 정기적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한 영향이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2021년 11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작년 11월 광의통화(M2, 계절조정·평균잔액)는 전월비 1.1%, 39조4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전달 38조원 늘어난 것보다 통화량이 더 급증한 것이다. 경제주체별로는 기타금융기관이 19조4000억원 증가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7조2000억원, 기업은 14조5000억원 늘어났다.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출처: 한국은행)
M2는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무려 12.9%나 급증, 전월(12.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2008년 12월(13.1%) 이후 12년 11개월 래 최대 급증세다.

M2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으로 구성된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시장형 상품,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을 합한 것이다. M2는 2017년 9월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왔는데 특히 작년 1월부턴 11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엔 가계대출 증가가 M2 증가세를 이끌었다면 작년 10월부턴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반면 예금 금리 상승에 정기적금 등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이 M2 증가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겉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도 M2가 늘어나고 있지만 M2가 늘어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은 금융지원 등으로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유동성을 늘리고 있고, 가계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판 자금이 금리가 높은 예·적금, 금융채 등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11월 주식시장이 나빠지면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자 주식을 파는 수요가 늘어났고 이 자금이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2에는 주식 자금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예·적금, 금융채 등의 증가세를 통해 이를 추정해볼 수 있다. 재난지원금 등도 유동성을 늘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기예·적금은 한 달 전보단 13조9000억원 늘어났고 금융채와 수익증권은 각각 6조1000억원, 5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9월 3.7%, 10월 4.9% 11월 5.8%로 증가세가 커졌다. 2년 미만 금융채 역시 같은 기간 15.2%, 18.7%, 23.3%로 급증했다.

M1은 전월비 0.4% 증가해 M2(1.1%)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됐다. 전년동월비로는 17.6% 증가해 작년 2월(26.0%) 이후 증가폭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M2에 2년 이상 장기 금융상품, 생명보험 계약준비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Lf)은 전월비 1.0%, 전년동월비 10.6% 증가했다. Lf에 국채, 지방채 등을 포함한 광의 유동성(L)은 전월말 대비 1.0% 증가했고 전년동월말 대비로는 9.8%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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