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로금리 시대에…주택도시기금 ‘고금리 대출’ 논란

임대주택건설 융자, 최고 4% 이자율
개인 대출 이자는 낮추고 기업은 외면
“시중은행 대출보다 비싸져…서민 임대료 부담 야기”
  • 등록 2020-05-25 오전 11:27:08

    수정 2020-05-25 오후 9:52:57

[이데일리 김미영 강신우 기자]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또 내릴 것 같은데, 정부가 빌려주는 기금 이자는 시중의 약 2배다. 이자 부담을 덜어달라고 호소해도 안 먹힌다.”(한 중견건설사 관계자)

건설사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각행정’에 뿔이 났다. 기준 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주택도시기금’에서 빌려주는 임대주택 건설 융자금 이자율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인 HUG가 보증 수수료 인하 결정도 미루고 있어 건설업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건설업계 어려움이 가중되자 민간보증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은 자발적으로 수수료요율을 낮췄지만, HUG는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고금리’ ‘고수수료’ 방침을 유지할 경우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대출 이자는 낮추고, 기업은 외면

주택도시기금은 사업자들에게 저리의 주택자금을 지원해 국민주택 건설을 촉진함으로써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조성됐다. 2500만명의 청약통장 가입금액 등이 재원이다. HUG는 국토부의 위탁으로 이 기금을 운용해 건설사들에게 민간임대주택 건설 자금으로 빌려주는 일을 맡고 있다.

장기일반 민간임대주택을 지을 때 HUG는 3.0~3.5% 수준의 이자율로 기금을 빌려준다. 단기 임대주택 건설사업자에 대한 이자율은 3.5~4.0%까지 올라간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가 3월 기준 2.9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고금리 대출인 셈이다.

임대주택 건설 자금의 이자율이 비싸면 부담은 세입자에 넘어올 수밖에 없다. 건설비용 증가로 임대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이는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민간임대주택 건설 자금을 빌려준다는 본래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서민에 집을 공급하려면 공공임대주택만으론 부족하고 민간 임대주택 건설·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면서 “가뜩이나 줄고 있는 민간임대주택 건설 실적을 높이려면 이자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2015년에 기준금리 인하 후에 융자금 금리를 낮춰준 전례가 있다”면서 “사업자 대출자금별로 0.5∼1%씩 일괄 인하해줄 것을 지난 3월에 건의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공공성 있는 주택을 짓는데 비싼 이자를 받는 건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부담은 결국 최종 입주자들에게 전가되는 만큼 제로금리 시대에 맞게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도시기금 관련 대출 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코로나에도 HUG “보증수수료 인하 안돼”

HUG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건설사들의 보증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거부해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건설공제조합이 선급금보증금 수수료를 20% 인하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지난 3월 HUG에 분양보증수수료 30% 인하(0.296~0.607% → 0.207~0.425%)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역 중소업체 등 건설업계가 코로나19로 미분양에 따른 실적저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요청사유다.

그러나 HUG는 지난달 주건협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분양보증수수료 인하에 따른 자사 손실률 등을 우선 산정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HUG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어려우면 우리도 지원책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당장 분양보증수수료를 인하하기는 어렵고 수수료 인하에 따른 손실률과 시장 상황, 현재 보증료가 적정한지 등 용역을 거쳐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분양보증은 주택을 짓던 회사가 부도가 나거나 파산해도 주택 완공이나 분양대금 환금 등을 보장해주는 보증상품으로 공기업인 HUG(국토부 지분율 68.25%)의 독점사업이다. 반면 HUG의 보증실적은 2010년 23조692억원에서 2018년 152조8407억원으로 6.5배가량 덩치가 커졌다.

주택건설업체(시공사) 입장에서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경기 침체시 HUG의 분양보증수수료 인하가 절실한 형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범정부차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에 ‘긴급지원’을 하고 있고 건설공제조합 등 민간업체도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는데 공기업인 HUG만 수수료 인하에 인색한 것 같다”며 “HUG가 분양보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HUG에 계속 지원요청할 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25일 △민간임대주택 건설자금 이자율 인하(2.5~3.0%→1.5~2.0%) 및 호당 융자한도액(8000만~1억원→ 1억1000만~1억3000만원) 상향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현실화(15% 이상 조속 인상) 및 정례화 △비규제지역 민간택지 전매제한기간 현행 유지 △개발부담금 한시적 감면 재시행 △고가주택 기준 상향(9억원→12억원) 조정 △주택담보대출 원금 및 이자상황 유예 등을 10개 조항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주건협 관계자는 “주택거래, 인허가 감소 및 입주지연 증가 등 주택경기 관련 지표에 부정적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선제적 경기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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