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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가 김 전 부장검사 인사 이동에 따라 ‘직무 관련성’ 및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 및 ‘대가 관계’에 관한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은 공무원이 금전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해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 되고, ‘직무’는 법령에 정해진 직무뿐만 아니라 과거 담당했던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도 포함된다.
다만 불기소 처분한 피고인들 간 금품 융통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고발인은 피고인들 간 위 기소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3차례에 걸친 4500만 원의 금전 거래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피고인들의 관계, 돈을 융통한 동기, 변제 및 변제 시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했다”고 했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피의자가 검사·판사·경무관 이상 경찰인 사건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인한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단장으로 재직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됐다. 김 전 부장 검사는 박 변호사가 검찰 재직 당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사이였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인사 이동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했다. 인사 이동 직후엔 자신의 스폰서로 알려진 고교 동창 김모(52) 씨의 횡령 등 사건의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하는 등 고교 동창 및 내연녀와의 관계에 있어 박 변호사를 대리인처럼 활용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위 과정에서 박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합계 93만5000 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 받고 2016년 7월 1000만 원 상당을 수수했다. 이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 2019년 11월 박 변호사 관련 뇌물 의혹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이를 전현직 검사 사건에서 우선적 관할권을 갖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7월 해당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가 1호 기소 사건으로 기록된 김 전 부장검사 사건에서 유죄를 이끌어 낸다면 70년 넘게 이어져 오던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깨뜨리고 검찰을 견제한다는 애초의 출범 목적에 맞는 첫 번째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공수처는 ‘기소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 사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상당히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26일 수사를 끝내고 사건을 공소부에 인계했지만 이후 공심위까지 거치며 기소 여부 판단에 약 한 달 보름의 시간이 걸렸다. 앞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기소했다가 무죄가 나올 경우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는 탓이다.